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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에세이] 성숙한 자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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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에세이] 성숙한 자본주의

입력
2012.07.06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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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에 대한 우울한 전망이 가시지 않고 있다. 유로 위기는 쉽게 진정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대기업들의 비상경영 모드 전환 또한 예사롭지 않다. 늘 출렁이는 것이 경제이긴 하지만 그래도 세계경제의 회복 전망이 계속 어두워질 때의 충격은 예상보다 클 것이다. 세계화의 당위성을 주장하던 논리대로라면 위기의 해법이 단순할 법하지만 실제는 매우 복합적이다. 충격의 연쇄반응이 충격을 완화하기 보다 충격의 파장을 더 확장한다는 것을 세계 경제가 확인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이 위기가 갑자기 몰려온 것일까. 결코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위기가 아니다. 유로화 사태 훨씬 이전에 금융자본주의의 파고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그리고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 경제권의 고속성장 속에서, 또한 일본과 미국 경제의 복합 불황 속에서 세계경제의 거품에 대한 우려와 경고가 이어졌다. 그러나 경고는 진실을 대면하고 싶지 않을수록 귓전을 스치고 만다.

자본주의의 거대한 흐름 속에 인류는 성장의 신화의 늪에 빠졌다. 그러나 어떤 것도 끝없이 성장하는 것은 없다. 사람의 몸에서부터 수천 년을 살아내는 세코이아 나무에 이르기까지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어떤 생명체도 무한히 성장하는 것은 없다. 모든 생명체는 때가 되면 성장을 멈춘다. 멈추지 않고 성장하는 세포는 오직 암세포이다. 암은 주변을 배려하지 않고 무한성장을 추구한다. 결과는 숙주의 죽음이다. 숙주의 죽음은 곧 공멸이다. 암세포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은 일방적인 무한성장의 추구는 공멸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인류는 지구상의 유일한 존재가 아니다. 생태계를 구성하는 수많은 생명의 네트워크에 연결돼 있다. 만약 인간이 끝없이 성장을 추구한다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탐욕스런 개발과 자원의 남용으로 환경적인 재앙을 자초해 왔고, 지구온난화와 오존층파괴 같은 환경 변화는 돌이키기 어려운 지점으로 치닫고 있다. 일부 환경론자들은 지구가 금세기를 지탱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왜 우리는 성장에 그토록 집착하는가. 만물은 때가 이르면 성장을 멈추고 성숙하는데 왜 인간은 성장을 멈추지 않는가. 탐욕 때문이다. 우리는 더 많은 선택과 소비를 위한 생산을 멈추지 못한다. 더 안락하고 더 호사스러운 삶을 향한 남용을 멈추지 못한다. 더 빠르고 더 현란한 과시 때문에 개발을 멈추지 못한다. 모든 경제 시스템은 어이 없게도 이 과욕과 탐욕을 맴돈다. 그러나 과연 누가 어떻게 인간의 무한한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을까. 산업자본주의와 상업자본주의는 인간 욕망의 상승을 따라 팽창했지만, 금융자본주의는 이제 인간의 폭발적인 탐욕을 따라 뿌리째 부패하고 있다. 뉴욕 월가의 도덕성 시비를 넘어 런던의 금융가로 번진 모럴 해저드는 벌거벗은 탐욕의 자화상이다. 무한성장이라는 동력은 결국 배금주의와 물신사상의 모태에서 태어난 탐욕의 에너지인 것이다.

아이가 성장해야 할 때 자라지 못하면 안타깝기만 하다. 그러나 성장한 어른이 더 자라기를 바란다면 더욱 안타까운 일이다. 어른은 이제 성숙해야 한다. 몸이 자라고 나면 생각이 깊어져야 한다. 성장은 필요하지만 멈추어야 할 때 멈추지 못하면 추하다. 성장은 어느 순간 성숙에 길을 터주어야 한다. 인간의 성숙은 인격을 빚는다. 성장의 뒤안길을 되돌아보며 또 다른 아름다움을 추구해간다. 더 깊은 아름다움과 내면의 향기로움을 음미하며 인간은 놀랄 만큼 성숙할 수 있다. 성숙은 성장시대의 마찰과 충돌, 갈등과 투쟁과는 다른 삶의 패러다임을 창조한다. 이제 인류의 경제도 그래야 할 때를 맞았다. 자본주의 4.0 시대의 사회적 기업, 나눔과 공생의 철학이 그 시도들이다. 성숙한 자본주의는 스펙이 아니라 스피릿(Spiriti)이다.

조정민 온누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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