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티컬 마인드/조지 레이코프 지음ㆍ나익주 옮김/한울 발행ㆍ398쪽ㆍ2만 4000원
지난 4월 총선이 새누리당의 완승으로 끝나자 진보 진영은 충격과 분노로 멘탈 붕괴에 빠졌다. 현 정권의 실정이 명확히 드러났는데도 '정권 심판론'은 먹히지 않았다. 선거 후 두 야당의 행태에 실망은 더 커졌다. 연말 대선을 앞둔 지금까지 민주통합당은 지리멸렬 상태이고, 비례대표 선거 부정으로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은 통합진보당은 최근 종북 논란까지 겹치면서 표류하는 난파선 꼴이 됐다. 진보는 왜 이리 무기력한가. 그리고 보수는, 온갖 결함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거짓말이 들통난 다음에도 어떻게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는 것일까.
신간 <폴리티컬 마인드> 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왜 진보는 논쟁에서 이기고 선거에서 지는지, 어떻게 해야 진보가 보수를 이길 수 있는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을 볼 일이다. 저자는 인지언어학의 석학으로 꼽히는 조지 레이코프(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교수),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프레임 전쟁> 등의 저서로 잘 알려진 진보적 학자다. 신경과학의 연구 성과와 인지언어학의 이론을 바탕으로 미국 정치를 분석해온 그는, 민주주의가 존폐의 기로에 섰다는 위기 의식에서 이 책을 썼다고 서문에서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프레임> 코끼리는> 폴리티컬>
결론부터 말하자면, 문제는 '뇌'다. 합리적 논증을 통해 대중을 설득할 수 있다고 여기는 진보주의자들의 믿음과 달리, 정치적 사고는 대부분 무의식적이어서 한번 자리잡은 프레임(세상을 보는 관점)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것은 뇌의 시냅스와 뉴런, 뉴런과 뉴런을 연결하는 신경회로의 문제이며, 감정에 와 닿고 마음에 감동을 주는 강력한 서사를 제시해야만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진보가 대중의 마음을 얻으려면 일단은 보수가 짜놓은 프레임의 덫에서 빠져 나와야 하며, 이성과 합리성만 내세울 게 아니라 도덕성과 감정 이입(공감)의 정치로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의 부제는'21세기 정치는 왜 이성과 합리성으로 이해할 수 없는가'이다. 이 질문은 지금 멘붕 상태에서 허우적대는 한국의 진보가 하는 고민이기도 하다. 저자는 신경과학의 최신 성과를 바탕으로 마음과 뇌, 정치적 사고의 작동 방식을 살핀 다음, 그것이 미국 정치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실제 사례를 분석해 그에 따른 전문가의 역할과 영향력을 다룬다. 대중의 오묘한 '정치적 마음'을 읽는 데 명쾌한 길잡이가 되어줄 만한 책이다.
오미환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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