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비리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 부장검사)은 5일 정두언(55) 새누리당 의원을 임석(50ㆍ구속기소)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밤 늦게까지 조사했다.
검찰은 정 의원을 상대로 대선을 전후한 2007년부터 2008년 초까지 임 회장으로부터 수 차례에 걸쳐 1억여원을 받았다는 의혹과 대가성 여부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또 이상득(77) 전 새누리당 의원이 2007년 후반 임 회장으로부터 3억여원을 받을 당시 동석했는지 여부도 캐물었다.
정 의원은 "이 전 의원을 임 회장에게 소개해 준 적은 있지만 돈을 받지는 않았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며 혐의를 적극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정 의원과 임 회장에 대한 대질조사를 실시했지만 금품수수 여부에 대한 진술이 엇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2008년 1월 임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수수했는지도 조사했지만 정 의원은 "총리실 후배인 이호영 실장을 통해 돌려줬다"고 진술했다.
수사팀은 그러나 "부를 만하니까 불렀다"며 정 의원의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였다. 여당의 3선 의원을 단순히 의혹만 가지고 소환했겠느냐는 것이다. 검찰은 정 의원이 혐의를 부인함에 따라 정치자금법 위반 또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이 정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영장 발부 전에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날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에 나온 정 의원은 '이 전 의원이 임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을 때 동석했느냐' '대선자금 차원에서 받은 것이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충분히 잘 해명될 것"이라고 말하고 곧장 조사실로 향했다.
하지만 정 의원은 밤 11시45분쯤 검찰 조사를 마친 뒤 "저는 이 정부 내내 불행했습니다. 그분들은 다 누렸지요. 마지막 액땜이라고 생각하고 기다리겠습니다"라고 말해 현 정부 실세들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정 의원에 대한 조사는 지난 3일 이 전 의원이 조사를 받았던 대검 중수부 1123호 조사실에서 이뤄졌다. 앞서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로 구속된 최시중(75)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영준(52) 전 지식경제부 차관도 이곳에서 조사를 받았다. 정 의원에 대한 변호는 천안지청장 출신의 이재순 변호사와 서울북부지검장을 지낸 곽상옥 변호사가 맡고 있다.
검찰은 이날 이번 수사가 2007년 대선자금 전반을 살펴보는 쪽으로 확대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검찰 관계자는 "저축은행에서 빠져나온 돈이 어디로 흘러 들어갔는지 보는 것이 우선이고, 사용처 확인은 나중 문제"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 전 의원, 정 의원과 함께 수사선상에 올라있는 박지원(70)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에 대해서는 "아직 소환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