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를 읽으려고 안경을 고쳐 쓰면서 문득 사람들은 자신의 나이를 깨닫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문의들은 노안(老眼)이 시작되는 시기를 40대 중반으로 봤다. 그런데 40대 초반, 심지어 30대 후반부터 일찌감치 눈이 침침해지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의학적인 이유에 대해선 의견이 다양하지만, 노안이 빨라지고 있다는데에 대부분의 전문의들이 동의한다.
젊었을 때 시력이 좋았다고 방심은 금물. 노안은 누구에게나 오기 때문이다. 다행히 요즘은 자신의 눈 상태에 알맞은 수술을 선택해 적극적으로 노안을 해결할 수 있다.
근시는 노안 늦게 경험
흔히 노안과 시력 저하를 같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실은 그렇지 않다. 젊은 눈이 시력이 나쁜 건 눈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다. 눈으로 들어온 빛을 굴절시켜 망막으로 보내는 수정체는 가까운 물체를 볼 때 두꺼워지고 먼 물체를 볼 때 얇아진다. 그래야 빛의 초점이 망막에 정확히 맺혀 물체를 제대로 볼 수 있다. 수정체가 빛을 너무 강하게 또는 약하게 굴절시키는 경우, 안구의 앞뒤 거리(안축)가 길거나 짧은 경우엔 망막에 초점이 정확히 맺히지 않아 물체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젊은 눈의 근시(가까운 곳은 잘 보이나 먼 곳은 잘 안 보이는 눈)나 원시(근시와 반대)는 이렇게 생긴다.
나이가 들면서 수정체를 오래 쓰다 보면 점점 단단해진다. 두꺼워졌다 얇아졌다 하는 조절 능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이처럼 수정체 자체의 변화 때문에 눈이 잘 안 보이게 되는 증상이 바로 노안이다.
아이러브안과 국제노안연구소 박영순 소장은 "젊어서 시력이 아주 좋았던 사람에게 오히려 노안이 빨리 오고, 젊은 시절 약한 근시였던 사람은 돋보기를 늦게 찾는 경향이 많다"며 "노안 때문에 생기는 불편을 가장 더디게 경험하는 이른바 '황금근시' 시력대는 (안경 도수로)마이너스 2~3디옵터"라고 말했다. 젊을 때 시력이 이 정도인 사람은 노안이 오면 안경을 끼지 않은 채로도 가까운 글씨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근시였던 눈에 생긴 노안은 간단한 레이저 수술로도 불편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라식이나 라섹 같은 시력교정술처럼 각막을 일부 깎아내 수정체의 조절 능력을 보완해주는 것이다. 이 같은 레이저 노안수술은 두 눈 중 한쪽은 먼 거리, 다른 한 쪽은 가까운 거리를 잘 볼 수 있도록 맞춰주는 방식을 많이 쓰고 있다.
부실 수정체 대신 특수렌즈
젊을 때 원시였던 사람은 노안이 왔을 때 근시보다 불편을 훨씬 더 많이 느낀다. 가까운 글씨가 흐릿하게 잘 보이지 않는 게 노안의 가장 특징적인 증상이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근거리 보기가 힘든데, 노안이 불편을 부추기는 것이다. 심하면 집중력이 크게 떨어지거나 두통까지 생긴다.
이런 경우 요즘엔 백내장 수술처럼 기능을 제대로 못하는 수정체를 아예 빼내고 대신 특수렌즈를 넣어줄 수 있다. 노안 수술용 특수렌즈는 먼 거리와 가까운 거리에서 오는 빛을 모두 자동으로 조절해 망막의 알맞은 위치에 초점을 맺도록 설계했다. 보통 노안 환자들이 책이나 영수증, 컴퓨터 화면 등을 볼 때 돋보기가 필요한데 비해 특수렌즈 수술 후엔 30㎝ 안쪽의 근거리 시력에도 별 불편이 없어진다.
박 소장은 "원시성 노안뿐 아니라 젊을 때 시력이 좋았다가 급격히 노안이 찾아온 사람이나 수정체가 혼탁해져 시야가 뿌옇게 보이는 백내장과 노안이 함께 생긴 사람에게도 특수렌즈 수술이 효과적"이라며 "백내장과 노안이 함께 온 경우 특수렌즈 삽입으로 근거리와 원거리 시력을 모두 1.0 정도까지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레이저 노안수술에 비해 특수렌즈 노안수술은 두 배 가량 비싸다. 한쪽 눈만 250만원 안팎이다. 사람은 보통 양쪽 눈 중 어느 한쪽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쓰고(주시안ㆍ主視眼) 다른 한쪽을 덜 쓰는(비주시안)데, 비주시안에만 특수렌즈를 넣어도 불편을 상당히 덜 수 있다.
노안 부르는 술 담배
옛날에는 노안이 오면 대부분 돋보기나 다초점안경을 썼다. 다초점안경을 쓰면 특히 계단을 내려가기가 쉽지 않았다. 안경알의 위쪽은 일반 렌즈고 아래쪽은 돋보기다 보니 발 밑의 계단이 잘 보이지 않아 넘어지기 일쑤였다. 박 원장은 "요즘은 환자마다 생활 패턴까지 고려하면서 맞춤 수술로 노안을 해결할 수 있는데 효과에 대한 의문이나 수술 부담감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환자가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노안 수술 다음날부터 화장이나 목욕, 업무 등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다는 게 아이러브안과 측의 설명이다.
단 보편화한 시력교정술에 비해 노안수술은 아직 까다로운 편이다. 부평아이러브안과 윤주원 원장은 "초도 근시나 초도 원시는 렌즈 선택에 제한이 따를 수 있고, 당뇨병이나 시신경에 문제가 있으면 시력이 충분히 개선되지 못할 수 있어 수술 전 경험이 풍부한 전문의에게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노안을 막을 방법은 팁?없다. 술, 담배를 멀리 하는 게 현재로선 최선이다. 과음이나 흡연은 수정체를 움직이는 근육이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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