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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과학 연구용으로 고래 잡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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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과학 연구용으로 고래 잡겠다"

입력
2012.07.05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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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고래잡이를 재개하겠다고 선언했다. 환경단체의 반발과 국제사회의 비난여론을 의식해 26년 동안 금지해 온 포경(捕鯨)의 재개를 공식화한 것이다. 정부는 "고래 개체 수가 늘어나면서 어업 피해가 상당해 과학연구 차원에서 포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환경단체는 "상업포경 재개 의사를 밝힌 것"이라며 강력 반발해 상당한 갈등이 예상된다.

4일(현지시간) 파나마시티에서 열린 국제포경위원회(IWC) 연례회의에서 우리 대표단은 "과학연구 목적의 포경 계획을 IWC 과학소위원회에 제출할 것이며, 다른 나라의 승인을 받는 절차는 거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과학연구용 포경은 총회 결정 사항이 아니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IWC 과학소위만 통과하면 당사국의 권리로 간주된다.

대표단의 방침은 국제사회가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과학연구용 포경'을 명목으로 고래잡이를 해 온 일본 사례를 따른 것이다. 우리 대표단은 한국 수역 안에서만 고래를 잡을 것이며, 포경의 구체적인 일정과 지역, 포획 예정량 등은 추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도 5일 긴급 보도자료를 통해 "IWC가 1986년부터 멸종위기 고래 12종에 대한 포경을 금지한 이후 고래 개체 수가 급증해 국내 어업인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어 솎음포경 등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우리 해역에 밍크고래 1만6,000마리, 상괭이 3만5,000마리, 기타 돌고래 3만마리 등 총 8만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울산 장생포와 경북 포항 등 고래가 자주 출몰하는 지역에서 고래 피해를 막아달라는 민원이 늘고 있다"며 "해양생태계 보전을 위해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인 고래의 개체 수를 적절히 조절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울산과 포항 주민들이 원하는 상업 목적의 연안포경까지 갈 단계는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환경단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환경운동연합은 "포경을 해도 될 만큼 밍크고래 개체 수가 회복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바 없다"며 "정부에서 26년간 포경을 금지했는데도 2000년대 들어 불법포경과 혼획(混獲ㆍ다른 생선을 잡다가 고래가 걸린 것)이 자행돼 4,722마리의 고래가 희생됐다"고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정부가 과학연구를 위해 포경을 하겠다고 밝힌 것은 사실상 상업포경을 재개하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실제 우리 동남권 연안에서 혼획된 고래들이 부산과 울산 어시장에서 거래되고 있어 그간 혼획을 가장한 상업포경이 이뤄지고 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호주와 뉴질랜드 등 포경에 반대하는 국가들의 반발도 거세다.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는 이날 "한국의 발표에 크게 실망했다"며 "서울 주재 대사를 통해 한국 정부에 적극 문제 제기할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뉴질랜드와 파나마도 "한국의 포경 재개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비난했고,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한국의 결정은 상업적 목적을 위한 포경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사회가 1986년 상업포경 활동을 유예하는 협약을 맺었지만, 대표적 포경국가인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는 이를 거부하고 있고 일본은 과학연구용 포경을 계속해 왔다. 우리나라는 86년부터 IWC가 포경을 유예한 12종을 포함해 모든 고래에 대한 포경을 금지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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