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지도부가 대선 후보 경선 룰 논의를 끝내겠다고 한 시한(9일)까지 비박(非朴) 주자들을 기다리는 모양새를 취한 뒤 경선 후보 등록일(10~12일) 중 첫날에 후보 등록을 마치고 대선 행보를 시작하는 게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친박계 핵심 의원은 4일 출마 선언 시점에 대해 "10일이 마지노선"이라고 말했다.
박 전 위원장의 출마 선언을 앞두고 거의 마무리된 캠프 인선 내용을 보면 그의 치밀한 용인술을 읽을 수 있다. 친박계 다수 인사들로부터 견제를 받는 김종인 이상돈 전 비상대책위원을 합류시킨 것이 대표적 사례다. 두 사람은 4ㆍ11 총선 승리에 기여하긴 했지만, 튀는 스타일인 데다 비대위 활동 기간 잦은 돌출 언행으로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어서 캠프가 시끄러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박 전 위원장은 이들을 중용하기로 했다.
박 전 위원장은 경제민주화의 저작권을 가진 김 전 위원을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앞세워 정책 좌클릭 의지를 내보이려고 결심한 것 같다. 여야 대선주자들 중 가장 오른쪽에 치우쳐 있다는 평을 듣는 자신의 이념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해서다. 4대강 사업 반대 등 '반(反) 이명박 대통령(MB)'을 외쳐 온 이 전 위원의 기용은 현 정권과 차별화하면서 개혁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한 카드로 볼 수 있다. 이상일 캠프 대변인은 4일 기자들과 만나 "이 전 위원이 반MB 이야기를 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친박계에선 김 전 위원 등이 보수 성향의 친박계 인사인 이한구 원내대표, 최경환 의원 등과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자체가 박 전 위원장에게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의 경제민주화 어젠다에 국민의 눈이 쏠리게 하고, 논쟁을 용납하지 않는 리더십이라는 비판을 완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전 위원장과 홍사덕 공동선대위원장, 최 의원 등이 대구ㆍ경북 출신인 만큼 지역 안배 인사를 했다는 분석도 있다. 김 전 위원은 호남 출신 인사로 분류되고, 이 전 위원은 부산 출신이기 때문이다. 이 밖에 '분할 통치'를 중시하는 박 전 위원장이 김 전 위원과 최 의원 측 사이의 팽팽한 견제 관계를 유도했다는 얘기도 있다.
박 전 위원장은 또 변추석 국민대 조형대학 학장을 캠프 홍보미디어본부장으로 영입했다. 그는 2002년 한일월드컵 공식 포스터를 만들고, 프랑스 칸 국제광고제 심사위원장을 지낸 홍보∙시각디자인 전문가이다.
` 한편 민주통합당은 이날 김종인 전 비대위원을 집중 공격했다. 우원식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김 전 위원이 총선 때 경제민주화를 들고 나와 새누리당의 친재벌 성향을 물타기 하더니, 또 시작했다"면서 "김 전 위원은 박근혜 캠프의 경제민주화를 헛공약으로 만드는 데 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위원은 17대 국회 때 민주당 비례대표를 지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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