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개월, 34개월, 22개월 된 자녀 3명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맞벌이를 하고 있는 김지혜(28)씨는 내년부터 막내 아들에 대한 보육료 지원이 끊길까 걱정이다. "지금까지는 아이 셋을 모두 지원을 받았는데 내년부터 막내가 지원을 못 받으면 보육료를 감수하고 아이를 보내야 할지, 아니면 애를 데리고서라도 일(보험설계사)을 해야 할지 고민"이라며 "출산율을 높이려면 보육정책을 장기적으로 시행해야지, 돈이 있으면 주고 없으면 안 주겠다는 식이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정부가 올해 3월부터 전면 시행한 0~2세 무상보육에 대해 불과 4개월 만에 재조정 방침을 밝히면서 "애꿎은 국민만 혼란스럽게 한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수시로 바뀌는 보육정책으로 부모들은 지원여부를 예측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4일 기획재정부는 전날 김동연 2차관의 "무상보육 지원체계 선별 지원 전환 검토" 발언에 대해 긴급 브리핑을 갖고 보육료 지원대상을 재검토하는 것은 0~2세 영아에 한정된다고 밝혔다. 조경규 사회예산심의관은 "(내년에 전계층으로 확대되는) 3~5세 유아에 대한 무상보육 계획은 변함이 없다"며 "다만 조정결과에 따라 0~2세 영아를 둔 고소득층 가정은 올해 받던 보육료가 끊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0~2세 영아 가정에 대한 보육료와 양육수당 지원간 균형을 맞춰 부모들의 선택권을 넓혀주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0~2세의 경우 어린이집에 보내면 전계층이 보육료를 지원받고, 가정에서 키우면 내년부터 소득 하위 70%까지 양육수당을 받도록 돼 있다.
이 같은 방향 선회는 올해 1월 "이명박 정부가 무상보육을 완성했다"고까지 홍보에 열을 올리며 발표한 '0~5세 전면 무상보육 확대' 방침을 거스르는 것이다.
부모들은 불신과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8개월 된 아들을 내년 여름부터 어린이집에 보낼 계획인 주부 신모(29)씨는 "미리 예산을 계산한 뒤 정책을 시행한 것일 텐데 이제 와 돈이 없다니 (지원 발표는) 총선 전에 표를 잡기 위한 전략이었나 싶다"며 "내년에 지원대상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이랬다 저랬다 하는 정부를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기 성남에서 27개월, 2개월 된 아들 2명을 집에서 키우는 주부 문모(34)씨는 "고소득층을 제외한다는 방향성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지원금을 줬다 안 줬다 하면 부모들의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획재정부가 전면 무상 보육을 철회한 것을 반기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말 국회에서 무상 보육 예산안이 통과됐을 때부터 줄곧 반대해 왔다. 박숙자 보육진흥원 원장은 "보육정책이 가장 잘 돼 있는 프랑스도 소득에 따라 보육료를 차등지원한다"고 설명했다. 백선희 서울신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모든 전문가들이 반대했는데도 정치권에서 전면 무상 보육을 강행하더니 재정부는 다시 재정적인 부분만 고려해 이를 철회했다"며 "'누가 보육서비스를 필요로 하는가'라는 관점에서 맞벌이 부부 등을 지원 대상으로 하고 그 후 소득 등을 고려해 지원액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정부는 3~5세 전면 무상보육은 유지한다는 입장이어서 이 같은 전문가 견해를 반영하지도 못하고, "재벌가 손자들까지 무상보육을 받는 건 문제"라는 스스로의 논리에도 모순이 되고 있다. 박 원장은 "재정부도 국회 통과 당시 찬성했던 만큼 정책 번복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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