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총선에서 처음 실시된 재외국민 투표 준비를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해 사용한 예산은 76억8,100만원. 당초 투표권이 있는 재외국민 223만명의 40%(약 89만명) 가량이 등록에 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잡은 예산이었지만 실제 등록률은 5.5%(약 12만명)에 그쳤고, 이 중 투표한 사람은 5만여명이 고작이었다. 특히 재외국민이 가장 많은 미국(2.7%)과 일본(4.1%)의 등록률이 가장 낮았을 만큼 관심을 끄는 데 실패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과 홍보 부족이 빚은 예산낭비 사례"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내년 균형예산 달성을 위해 "예산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짜고 낭비도 줄이겠다"(세출 구조조정)고 공언하고 있지만, 가장 최근인 지난해 예산집행만 해도 비효율과 낭비가 비일비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는 5~6년째 반복 중인 만성 낭비도 적지 않아 정부의 구조조정 의지에 의문이 제기된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난해 정부 결산자료를 분석해 최근 발간한 '2011 회계연도 결산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 각 부처의 587개 문제 사례 가운데, '집행관리 부적절'이 181개(30.8%)로 가장 많았고 '예산 과다ㆍ과소 편성'(77개ㆍ13.1%), '집행실적 부진'(52개ㆍ8.9%) 등이 뒤를 이었다.
우선 지적된 게 예산 부풀리기. 국방부는 군사기지나 시설을 이전ㆍ재배치하는 사업을 위해 매년 2,000억~5,000억원의 예산을 받아가지만 실제 집행률은 최근 5년간 평균 50%를 넘지 못했다. 작년 예산도 5,986억원 중 54.1%(3,237억원) 밖에 못 썼다. 부대편성 계획 등이 수시로 바뀌는데 애초 무리하게 예산을 편성한 게 문제였다는 지적이다.
기획재정부는 예산수입 측면에서 6년째 공수표를 날리고 있다. 정부가 소유한 기업은행 지분을 매각해 7,000억~1조2,000억원을 벌어들이겠다는 계획을 2006년 이후 해마다 제출했지만 한 번도 실현된 적이 없다. 전체적인 수입계획의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기업은행 주가도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다.
헛돈을 쓰거나 예산만 타놓고 쓰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지식경제부는 전력부하관리에 작년 계획(687억원)보다 훨씬 많은 1,218억원을 쓰고도 실제 전력수요 억제에는 효과가 없는 전력부하관리기기 설치에 집중해 원성을 샀다. 특히 2010~2011년 160억원을 들인 스마트미터 디스플레이는 미입주 공동주택에까지 설치하는 바람에 전력억제 실적이 전무했다.
식량주권 회복을 위해 농림수산식품부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해외 곡물조달 시스템 구축사업도 작년 예정됐던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출자예산 200억원 중 15%만 집행되는 데 그쳤다. 당초 미국 등지에 곡물 엘리베이터를 직접 건설하려던 계획이 인수 방식으로 바뀐데다 이를 통한 곡물도입 실적도 계획 대비 10%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이월된 85%의 예산이 aT의 이자수익만 늘려줬다고 지적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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