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의사노조를 설립하기로 하면서 포괄수가제 거부 등 대 정부 투쟁을 위해 조직력을 강화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의협은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노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협은 4일 "사회적으로 노동자 인권이 강조되는 추세인데도 의사들은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서 수련을 받으며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며 "11월 이전까지 의사 노조를 설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협은 직역 및 단체별로 협의체를 구성한 뒤 노조를 결성한다는 계획이다. 의협 전체 회원은 10만명이지만 이중 전공의 1만7,000명과 개원하지 않고 병원에 고용된 봉직의 2만3,000명 등이 가입대상이다.
하지만 꾸준히 제기돼 왔던 노조 결성 문제를 지금 다시 들고 나온 것은 최근 포괄수가제(입원비 정찰제) 시행을 앞두고 보건복지부와의 힘 싸움에서 밀린 의협이 조직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라는 시각이 많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협이 정부를 상대로 강경 투쟁을 할 때 주축세력으로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전공의들의 과도한 근무시간 개선 등에 대해서는 복지부 내 태스크포스팀이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의협과 젊은 의사 양쪽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협 집행부의 속내가 어떻든 노조 설립 제안에 젊은 의사들이 호응한다는 것은 의사들이 그만큼 먹고 살기가 어려워졌다는 방증"이라며 "이비인후과의 경우 환자 1인당 진료비가 5년 전에 비해 20% 정도 떨어지는 등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부산의 한 종합병원 외과 봉직의 이모(40)씨는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 소속으로 자기 권리를 주장하는 노동자를 볼 때마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다"며 환영했다. 노조가 있다면 악덕 병원장을 만나 4대 보험, 출산휴가도 못 받고 해고되는 의사들의 처우가 조금은 나아질 수 있다는 것. 서울의 한 종합병원 전공의 1년차인 이모(31)씨는 "유명무실하게 운영되는 전공의협의회를 보면 노조가 생겨도 단체행동하지 않는 한 근무환경이 개선될 것 같진 않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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