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를 했다는 경찰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어요.”
이화여대 디자인대학원생 고희정(33)씨가 주한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 ‘말뚝 테러’를 가한 일본인 스즈키 노부유키(47)씨를 일제강점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4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지난 달 26일 “스즈키씨에 대한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지 8일만에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4일 서울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주최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집회 현장에서 만난 고씨는 “수요집회 등을 통해 알고 지내는 이용수 할머니가 분노하는 모습을 보고 저라도 나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 광주의 나눔의집을 찾아 할머니들의 서명을 받고, 시민 800여 명과 일본인 200여 명 등 1,000여 명으로부터 서명을 받아 이날 국민 대표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고씨는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아 만해 한용운 선생 또는 명성황후 등을 주제로 의상을 만들거나 서울 홍대와 명동 등에서 락 밴드 공연과 함께 의상 작품 전시회를 열었다.
3년 전부터는 수요집회에 참석해 할머니들과 인연을 쌓기 시작했고, 지난해 여름부터는 할머니들이 살고 있는 나눔의 집을 직접 찾았다. 그는 “마침 집에서 나눔의 집까지 차로 5분 정도 거리라 봉사라는 거창한 뜻 보다는 할머니들에게 말벗도 되어 드리고, 박물관도 함께 구경하면서 자연스레 친분을 쌓게 됐다”고 말했다.
고씨는 앞으로 스즈키씨처럼 상식과 예의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처벌할 수 있는 특별법을 만드는데 힘을 쏟을 계획이다. “국민들은 분노하지만 이를 처벌할 근거가 없어 국민 정서와 법 사이의 현실적 괴리가 크잖아요. 전쟁을 경험한 프랑스 등 유럽 국가처럼 전쟁범죄찬양죄를 만들기 위해 외국법령 관련 자료를 모으고 국회에도 도움을 청할겁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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