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적 원유 선물시장이 현물시장을 압도하다 보니 유가예측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소문이 기름값을 결정한다"는 국제원유업계의 오래된 격언도 그만큼 유가의 방향성을 가늠키가 어렵다는 얘기다. 때문에 현 유가에 대한 전망은 ▦배럴당 50달러까지 추락할 것이란 시각부터 ▦200달러까지 뛸 수도 있다는 예측까지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수급상으로 보면 무게중심은 분명 하락 쪽으로 기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지난달 14일 정기총회에서 하루 평균 3,000만배럴의 기존 생산목표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세계 경제침체로 수요가 부진함에도 산유국들이 공급을 줄이지 않기로 한 만큼, 유가는 오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 지난 2분기 유가 하락세는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등 유럽 채무위기에 기댄 측면이 컸다. 물론 그리스 스페인 등으로 번지는 재정위기가 더 이상 확대되지 않고 유럽연합(EU)이 본격적 경기부양에 나선다면 유가는 상승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고 세계경제의 견인차인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의 성장동력도 후퇴 조짐을 보이는 만큼 유가의 상승반전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해외 주요 연구기관들은 이런 점을 근거로 하반기 유가 하락세를 점치는 분위기다. 미 캠브리지에너지연구소(CERA)는 올 연말까지 3대 유종(WTI 브랜트 두바이)의 평균 유가가 지금보다 낮은 배럴당 82~92달러 선에서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2분기 배럴당 평균 105.61달러를 기록했던 두바이유의 유가 예상치는 92.11달러로 나타났다.
반면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현실화된다면 상황은 전혀 달라진다. 세계 원유 교역량의 35%를 담당하는 호르무즈해협이 막힐 경우, '오일쇼크'는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해협봉쇄가 이뤄진다면) 최소 한 달 안에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돌파할 것이고 180달러 이상까지 치솟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이달석 에너지정책연구본부장은 "유로존 위기와 이란문제가 유가 상승 혹은 하락의 모멘텀을 가르는 핵심 요소"라며 "여기에 투기자금이 어느 쪽을 선택할 지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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