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과 바다. 진부하지만, 어쩔 수 없는 짝 맞춤이다. 유럽의 고성으로 떠날 여유도 국토대장정에 나설 체력도 없다면 역시 삼면의 바다와 섬을 떠올리게 된다. 휴가철이 시작되는 7월, 머리 아픈 도전 대신 검증된 모범 답안을 원한다면 섬 여행을 계획해보자. 한국관광공사가 '7월의 가볼 만한 곳'으로 서해와 남해, 동해의 섬 다섯 곳을 골랐다. 테마는 '순풍에 돛 달고, 보석 같은 섬 여행'이다.
감탄의 연속, 동해의 보석섬 울릉도
수평의 바다에서 수직으로 솟아오른 해안 절벽, 항구를 맴돌며 꾸악거리는 갈매기 울음, 머리칼을 쓸어 넘긴 듯 부드럽게 가지를 뻗은 해송, 산자락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들…. 울릉도를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무 생각 없이 울릉도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여행객들이 주로 머무는 곳은 도동과 저동인데, 한적한 시간을 원한다면 서면과 북면으로 떠나보자.
서면 남양리 해안엔 관광객들이 홀린 듯 사진을 찍는 거북바위가 있다. 해안도로는 여기부터 고갯길과 바닷길을 넘나들며 현포령까지 이어진다. 북면 해안은 낯선 풍경의 연속이다. 멀리서 2개로 보이지만 가까이 가면 3개가 되는 삼선암, 해적들의 소굴이었다는 관음쌍굴 등을 만날 수 있다. 나리분지에서 알봉분지로 이어진 아늑한 숲길도 빼놓을 수 없다. 울릉군청 문화관광체육과 (054)790-6392.
걸음마다 정다운 섬, 통영 대매물도
통영여객터미널에서 뱃길로 1시간 30분이면 대항마을에 닿는다. 대매물도의 남쪽, 27가구 30여명의 주민이 사는 아담한 마을이다. 장군봉(210m)에 기대 자리한 민가의 모습이 갯바위에 붙은 따개비처럼 정겹다. 대항마을에서 당금마을로 이어진 1㎞ 남짓한 고갯길에선 예술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예술가들의 아이디어와 마을 주민의 소박한 삶이 어우러져 있다. '무지개 노는 집' 등 민박집 문패들도 볼 거리.
2007년 조성하기 시작한 대매물도 탐방로는 기암절벽과 몽돌해변, 폐교된 작은 학교 등의 풍경을 안고 있다. 장군봉에 오르면 소매물도와 등대섬의 아름다운 모습을 바라볼 수 있다. 일몰 명소인 꼬돌개를 지나 만나게 되는 300년 묵은 후박나무는 한 가지 소원을 꼭 들어주는 나무라고 한다. 통영시 관광안내소 (055)650-4681.
인천 앞바다에 만난 자연, 굴업도ㆍ덕적도
굴업도는 자그마한 크기에도 사슴이 사는 숲, 해식지형과 사구, 호젓한 해변을 모두 가지고 있는 섬이다. 선착장과 마을을 잇는 숲길은 몇 해 전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목기미해변이라는 긴 모래 해변이 섬 양쪽의 바다를 가르는데 오랜 퇴적으로 해안 사구가 형성돼 있고, 바로 곁에 소금바람의 침식 작용으로 만들어진 코끼리 바위가 있다. 넓은 구릉지인 개머리능선은 최근 사유화로 접근이 어려워져 아쉽다.
서해 뱃길의 요충지였던 덕적도는 황해도, 충청도, 전라도 사람들이 모여 파시를 이루던 풍족한 섬이었다. 지금은 관광업이 어업을 대신한다. 2㎞ 가량 갯벌을 드러내는 서포리 해변이 인기가 높다. 뒤편 소나무길을 따라 새벽 일찍 비조봉에 오르면 크고 작은 섬들 사이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볼 수 있다. 오롯하게 솟는 해와는 또 다른 감동을 주는 미명 속의 일출이다. 옹진군청 관광문화과 (032)899-2211.
4색 섬여행, 자은ㆍ암태ㆍ팔금ㆍ안좌도
전남 신안에는 배를 한 번만 타고도 네 섬을 둘러보는 게 가능한 곳이 있다. 자은도, 암태도, 팔금도, 안좌도가 서로 다리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뭍에서 연륙교로 이어진 압해도 송곡선착장에서 자동차를 배에 싣고 가는 게 편하다.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섬은 자은도다. 전국의 섬 가운데 열두 번째로 큰 이 섬은 드넓은 갯벌, 소나무가 울창한 백사장도 자랑이다. 1㎞ 남짓한 분계해변의 인기도 높다. 모래와 뻘흙이 섞여 바닥이 단단하고 경사도 완만해 한참을 바다로 걸어나가도 물은 허리에서 찰랑거린다. 한여름에도 붐비지 않아 호젓한 피서를 즐기기에 알맞다.
황량하고 척박한 느낌의 암태도, 차분하고 조용한 팔금도, 북적북적 활기가 느껴지는 안좌도의 각기 다른 매력을 한 번에 느껴볼 수 있다. 안좌도엔 김환기(1913~1974) 화백의 생가가 있다. 신안군청 문화관광과 (061)240-8356.
섬과 섬으로 이어진 섬, 여수 사도
바다 한가운데 모래로 쌓은 섬 같다고 해서 사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현대판 모세의 기적으로 유명하다. 해마다 바닷물이 가장 많이 빠지는 영등날(음략 2월 초하루)과 조수가 가장 높은 백중사리(음력 7월 보름)에 본도, 추도, 긴도, 시루섬, 나끝, 연목, 진대섬 등 사도를 이룬 7개의 섬이 디귿자 형태로 이어진다. 바다가 갈라져 드러난 뻘에서 낙지와 해삼 따위를 주울 수 있다.
방파제를 지나 제일 먼저 방문객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티라노사우루스의 모형이다. 생뚱맞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내력을 알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80m 넘게 이어진 발자국 화석 등 총 3,800여 점의 공룡 발자국이 이곳에서 발견됐다. 돌담이 아담한 마을, 백사장을 중심으로 양쪽이 모두 해변인 양면해변 등도 볼 거리다. 여수시청 관광과 (061)690-2036.
유상호기자 shy@hk.co.kr
사진 제공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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