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너 같은 인화물질이 가득 있었는데도 특공대를 투입했다니…."
지난 2009년 1월 '용산참사' 당시 경찰로는 유일하게 목숨을 잃었던 특공대원 고 김남훈(사망 당시 31세) 경사의 아버지 김권찬(59)씨는 아직도 3년 5개월 전의 불행이 생생하다. 3일 기자를 만난 김씨는 "지금도 당시 진압 작전을 생각하면 분노가 끓어오른다"며 여전히 화를 삭이지 못했다.
김씨는 최근 '용산참사'를 다룬 영화 '두 개의 문'이 개봉됐다는 얘기를 듣고 다시 한번 마음을 졸였다. 혹시라도 '농성자는 피해자, 경찰은 가해자'라는 시각의 영화가 아닐까 해서다. 그렇잖아도 언론에서 '용산참사'가 보도될 때마다 마치 당시에 농성자 5명만 희생된 것처럼 거론돼 마음이 아팠던 터였다.
지인에게 영화의 내용을 전해 들었다는 김씨는 "경찰을 매도하는 영화가 아니어서 다행이었다"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그러면서도 망루로 통하는 문이 어딘지 몰랐을 정도로 사전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특공대원들이 투입됐다는 대목에 대해선 충격을 받은 듯 "알지 못했다. 그런 얘기는 처음 들었다"고 놀라워했다.
김씨는 "시너 같은 인화 물질이 그렇게 많이 있었는데 대원들을 투입시켰다고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생각할수록 가슴만 답답하다"고 말했다. 아직 영화를 보지 못했다는 김씨는 "경찰 피해자의 부모 입장에서 나도 이 영화를 한번 보고 싶다"며 "관객들이 '당시 작전이 이렇게 진행됐구나' '경찰에도 이런 피해가 있었구나'라는 점도 생각해 보게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법 집행과 화염 속에서도 임무수행을 위해 들어간 경찰특공대가 언론에 매도되고 국민에 지탄받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희생된 철거민 농성자의 목숨도 우리 동료도 사랑하는 우리 국민입니다." 이 영화에는 등장하는 용산참사 재판 당시 법정에서 공개된 경찰특공대원의 진술서 중 일부다.
공교롭게도 김씨는 자신처럼 가족을 잃은 용산참사 유가족들에게도 할 말이 있다며 이런 말을 남겼다. "경찰도, 농성자도 모두 당시 작전으로 희생된 피해자라고 생각합니다. 경찰을 적으로 생각하지 말아 주세요."
아마도 이건 이 영화가 관객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 중 하나이기도 할 것이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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