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 3일 저축은행 구명 로비 관련 금품수수 의혹으로 검찰에 출두하자 청와대는 깊은 침묵에 빠져 들었다. 각종 비리 의혹에 연루된 친인척이나 측근이 검찰에 소환됐을 때 으레 나오던 "검찰의 수사를 지켜보겠다"는 말도 없었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국무회의 관련 브리핑을 끝낸 뒤 이 전 의원의 검찰 소환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할 말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평소처럼 일정을 소화했다.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국가 원로들을 초청해 오찬을 가졌다. 이 전 의원이 검찰에 소환되던 시간에 이 대통령은 주례보고를 받고 있었다. 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의 표정이나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이에 대해 다른 참모들도 말을 아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미 검찰이 이 전 의원에 대해 소환을 통보했을 때 놀라지 않았느냐"며 "지금 달리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검찰의 이 전 의원 소환이 한동안 잠잠하던 친인척 및 측근 비리 의혹으로 재점화 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에서다.
명실상부한 정권의 2인자로 인식됐던 이 전 의원은 '모든 민원이 이 대통령 형을 통하면 해결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갖가지 의혹에 단골로 거명됐다. 이미 이 대통령의 멘토로 불리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최측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구속된 상태에서 이 전 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정권 말기에 받는 충격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레임덕이라는 말이 이전부터 나왔지만 지금처럼 실감된 적은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가뜩이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 국무회의에서 비공개로 처리돼 국민정서가 격앙된 상황이어서 부담이 더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 내부와 주변에선 "이번 기회에 털고 갈 수 있다"는 분위기도 읽힌다. 그 동안 이 전 의원이 갖가지 비리에 연루된 의혹이 제기됐지만 사실로 확인된 적이 없었다는 것에 대한 기대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실 이 전 의원이 대통령의 형이란 이유로 여기저기에서 걸고 넘어졌다"며 "차제에 검찰조사를 통해 그런 의혹들이 정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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