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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스 맥밀란 버전 ‘로미오와 줄리엣’ 주역 발레리노 이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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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스 맥밀란 버전 ‘로미오와 줄리엣’ 주역 발레리노 이승현

입력
2012.07.03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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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해 듣기로는 일본 무용팬은 가능성 있는 무용수를 발견해 그 성장을 지켜보는 것을 좋아하신대요. 작년에 일본 ‘지젤’ 공연 때 저를 눈여겨본 분들이 좀 있으셨던 모양이에요. 제 외모 때문은 아닌 것 같아요.(웃음)”

갓 소년 티를 벗은 듯한 앳된 외모로 발레리노로는 이례적으로 올해 초 일본에서 팬미팅을 가졌을 만큼 일본 팬의 큰 관심을 끌고 있는 이승현(26)은 시종 차분했다. 일부 일본 팬은 지난해 11월 그가 출연한 ‘오네긴’을 보기 위해 한국을 찾기도 했다. 이에 그를 수식하는 ‘발레돌(발레+아이돌)’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지만 3일 서울 유니버설아트센터 연습실에서 만난 그는 “수석무용수의 이름에 걸맞은 무대를 꾸미고 싶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는 7~1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올라가는 유니버설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에 로미오로 출연한다. 한국에서는 1983년 영국 로열발레단 내한 이후 30년 만에 처음 무대화되는 스코틀랜드 출신 안무가 케네스 맥밀란(1929~1992) 버전의 공연이다. 이전까지 국내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발레리나 강수진이 소속된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존 크랑코 안무 버전, 국립발레단이 선보여 온 장 크리스토퍼 마이요 안무 버전 등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주로 소개돼 왔다. 맥밀란은 로열발레단의 상징적 안무가로 존 크랑코와 더불어 연극적 성향이 강한 드라마 발레의 양대 거장이다. 그의 대표작인 ‘로미오와 줄리엣’은 무용수들에게 고도의 연기력을 요하는 작품이다.

이승현은 미국 워싱턴 키로프발레아카데미와 세종대 무용학과 졸업 후 2009년 유니버설발레단에 입단했다. 한국발레협회 신인상(2010), 코리아국제발레콩쿠르 은상(2011) 등을 수상했고 지난 3월 입단 3년 만에 수석무용수로 승급했다.

그는 “정말 즐기고 싶은 작품을 아직 못 즐기고 있다”고 했다. 그간 ‘지젤’ ‘오네긴’ ‘호두까기인형’ ‘라 바야데르’ ‘심청’ ‘잠자는 숲속의 미녀’ 등 유니버설발레단의 대표작에 출연해 왔지만 “이번 작품은 동작이 기존에 했던 작품과 워낙 달라 즐겁다기보다 이를 악물고 연습하고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관객에게 보여주는 모습은 표정까지도 지금과 달라야 한다”는 다부진 말투에서는 그의 강점으로 꼽히는 승부 근성이 엿보였다.

182cm의 큰 키인 그는 중학생 때 키가 작아 이를 걱정한 어머니의 “발레를 하면 키가 큰다”는 권유 때문에 15살 늦깎이로 발레에 입문했다. 그렇게 취미로 시작한 발레가 “과학자나 축구 선수가 되고 싶었던” 소년의 인생을 바꿔 놨다. “학교와 학원을 쳇바퀴 돌듯 오가는 생활만 반복하다 어떤 동작을 나 스스로 연습하고 만들어내는 발레에서 큰 성취감이 맛봤”던 까닭이다.

그는 총 8회의 공연 중 12일 공연에 유니버설발레단의 간판 스타 황혜민과 함께 출연한다. 황혜민은 14일 공연에서는 오는 8월 실제 부부의 연을 맺게 될 같은 발레단 수석무용수 엄재용을 파트너로 맞는다. 또 안지은ㆍ김나은(줄리엣), 로버트 튜슬리(객원)ㆍ콘스탄틴 노보셀로프(로미오)도 번갈아 무대에 선다. 이승현으로서는 쟁쟁한 선배들과의 기량 비교가 부담이 될 법도 한 일정이지만 그는 공연의 전체적인 그림을 봐 달라고 강조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동작 하나를 실수하면 안타까운 제 감정이 다음 동작에도 반영돼 결국 만족스럽지 못하게 공연을 마친 적이 많았어요. 하지만 이제는 부분적인 테크닉보다 공연의 완성도가 중요하다는 걸 알아요. 요즘은 이번 ‘로미오와 줄리엣’이 무용적으로 어떻게 표현됐는지, 관객들이 그 재미를 발견해 주시면 좋겠다는 생각뿐이네요.”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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