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온한 생각인가? 현재 사회 체제를 거부하고 또 다른 가능성으로 튀어 나가야 한다는 외침인가? "당연히, 여전히 그렇다"고 이들은 소리친다.
젊은 예술가들의 '서울변방연극제'가 4~20일 광화문광장 등 서울의 실내외 11곳에서 잔치판을 벌인다. 매년 해서 14회를 맞은 올해, 14편이 참가하는 연극제는 '연극 없는 연극, 정치 없는 정치'를 선언했다. 연극의 문법으로 당대 읽기 혹은 연극과 정치의 변증법에 대한 독특한 표현인 셈이다.
거대 도시의 모든 사물은 결국 자본에 종속된 기계라는 점을 드러내는 제니 사비지의 애니메이션 '서클'(4일 혜화동1번지), 집이란 부서지며 재탄생한다는 사실을 설치미술의 양식을 통해 보여주는 일본 건축가 사카구치 교헤의 '움직이는 집'(10~20일 문래예술공장) 등의 무대는 무슨 말을 하는가? '불가능한 것들의 가능성'이라고 행사의 표어는 답한다.
한국과 필리핀, 태국 등 아시아 현대무용가들이 현대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펼치는'너의 현대, 나의 현대'(3일, 8일 혜화동1번지)가 말하려는 것은 '동시대의 연극성'이란 문제다. 인신매매와 디아스포라 문제를 교직한 극단 샐러드의 '미래 이야기' (17~18일 문래예술공장) 역시 현재에 대한 관심의 표현이다.
'이상한 것ㆍ낯선 것ㆍ잡것들이 지닌 미학'도 올해의 주제 중 하나다. 이번 행사는 다시 말해 '연극이 아닌 모든 것들의 연극제'라 할 만하다.
개막작은 놀이패 신명의 '일어서는 사람들'(4~5일 광화문광장)이다. 1988년 초연 후 포스트 마당극의 가능성을 물으며 계속 공연 중인 이 작품은 광주 5ㆍ18의 기억을 되살려낸다.
과거 나의 사진에서 출발해 현재의 나에게 오기까지를 그린 조희경의 무용 '이야기_드라마 혹은 미스터리'(6~7일 혜화동1번지)는 낯설어 새롭다. 극단 서울괴담의 이동형 퍼포먼스'기이한 마을버스 여행_성북동' (7~8일 성북동 성곽마을)은 폭력의 현장이기도 했던 재개발의 기억을 불러낸다. 스산한 모습의 성북동 산동네를 돌아다니며 따뜻한 공동체였던 시절을 그려보는 작품이다. 또 장애인극단 판의 '가능한 몸, 아름다운 미물' (11~12일 문래예술공장)은 일본 연출가 류세이오 류의 안무ㆍ연출로 인간의 두뇌 속에서 벌어지는 작용들을 무용적 동작으로 재현해낸다.
한편 강남까지 무대를 넓혔다는 사실은 이번 행사의 자랑이다. 변종이 난무하는 21세기를 기괴하게 그린 지은인 작ㆍ연출의 연극 '샴 아미그달라' (19~20일 LIG아트홀)가 그 주인공. 지난해 이 연극제에 출품된 SF 연극'강화된 지혜'를 관람한 LIG아트홀이 이 연극제 특유의 예술적 상상력을 높이 평가해 초청했다.
공연은 대부분 무료이고 자세한 정보는 www.mtfestival.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02)3673-5575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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