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치러진 멕시코 대선에서 승리한 엔리케 페냐 니에토(46) 당선자가 치안 강화를 최우선 국정 과제로 내세웠다. '마약과의 전쟁'에 공권력을 집중해온 현 정부와 차별된다. 이에 따라 마약 유입을 막기 위해 멕시코 정부의 강경책을 후원해온 미국과의 공조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페냐 니에토 당선자는 2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멕시코인들에게 가장 민감한 문제는 폭력"이라며 "살인과 납치로부터 시민 안전을 지킬 4만명의 보안군을 창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취임하자마자 폭력범죄 소탕에 착수해 국민의 바람대로 빠른 성과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약 단속과 관련해서는 "그렇다고 마약과의 전쟁에서 후퇴하겠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범죄 조직과 타협하거나 휴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패했던 옛 집권당 제도혁명당(PRI) 후보인 페냐 니에토가 대선에서 승리한 데에는 마약 전쟁에 대한 민심 악화가 자리하고 있다. 펠리페 칼데론 대통령이 2006년 말 마약 소탕에 나선 이래 군인ㆍ경찰 3,000명 등 5만5,000명 이상이 사망했고, 인구 10만명당 살인사건 사망자는 8명에서 22명으로 급증했다. 마약 조직과 내전을 방불케 하는 격전을 치르며 무고한 희생을 양산했지만 칼데론 정부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페냐 니에토가 현 정부의 마약 정책에서 한발 비켜선 데는 이런 부담이 작용했다. 미국 여론조사 전문기관 퓨리서치센터의 조사에서 멕시코 국민 75%는 가장 심각한 국내 문제로 마약 갱단을 꼽았다.
니에토가 치안 회복을 우선시한 것은 경제적 계산도 작용했다. FT는 "멕시코가 상품수출 기지로 주목 받으면서 지난해 180억 달러였던 외국인 직접 투자가 올해 3.5% 이상 늘 것으로 예상된다"며 "치안 불안이 해결된다면 투자액이 크게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마약 전쟁 공조가 약화할 것을 우려하며 그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페냐 니에토는 준수한 외모와 달변 외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인물"이라며 "워싱턴은 마약과의 전쟁에 대한 그의 입장을 듣고 싶어한다"고 2일 보도했다. NYT는 페냐 니에토를 만나본 이들의 인터뷰를 전하며 "이슈를 깊게 공부하지는 않지만 정치적 전략에 흥미가 많고 목표를 위해 기다릴 줄 아는 승부사"라고 그를 평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페냐 니에토가 미국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이날 페냐 니에토에게 당선 축하 전화를 걸고 "미국이 멕시코와 동반자 관계 속에서 협력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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