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별명이 여럿 있어요. 박교주, 별종, 자칭 천재."
요즘 엄숙한 공연장을 벗어나 집, 갤러리, 카페 등에서 열리는 소규모 음악회의 원조격인 '하우스콘서트'를 기획한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박창수(48)씨는 멋쩍게 웃었다. 그가 2002년 7월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열기 시작한 하우스콘서트가 올해로 10년이 됐다. 세 번의 이사 끝에 현재 서울 도곡동의 음악 스튜디오 율하우스에서 이어가고 있는 하우스콘서트는 317회 공연에 김선욱(피아노), 김태형(피아노), 권혁주(바이올린), 성민제(더블베이스) 등 1,300명이 넘는 연주자가 다녀갔다. 자체적으로 제작한 실황 음반은 95장 발매됐다.
그런 그가 이번 여름 하우스콘서트를 처음 선보일 때처럼 무모해 보이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9~15일 일주일 간 전국 21개 지역 23개 공연장에 100회의 공연을 올리는 '2012 프리, 뮤직 페스티벌'(http://freemusicfestival.net)을 연다. 객석이 따로 없이 관객이 마루에 앉아 "귀가 아닌 피부로 소리의 본질인 진동을 느끼는" 하우스콘서트의 감상 방식을 그대로 본떠 객석은 무대 위에 마련한다. 그래서 축제의 부제도 '하우스콘서트 대한민국 공연장 습격 사건'이라고 달았다.
축제의 주된 목적은 수도권과 대형 무대에 쏠린 음악계의 불균형 해소다. 전 공연이 기존 하우스콘서트 입장료 2만원보다도 저렴한 무료 또는 1만원 이내다.
특히 이번 행사는'연간 전국 5,000회 음악회 개최'라는 내년 프로젝트를 시험하기 위한 일종의 프리뷰 공연이다. 지방 공연장의 가동률을 높이고 음악가들의 연주 기회를 늘림으로써 자연스레 음악계의 발전으로 이어지리라는 게 그의 기대다.
이번 축제에는 클래식 28개팀, 대중음악 13개팀, 국악 7개팀, 실험장르 10개팀이 참여한다. 김태형(피아노), 박승희(테너), 김민지(첼로), 강태환(알토 색소폰), 강은일(해금), 강산에(가수), 김가온(재즈 피아노) 등 158명의 연주자가 모두 출연료 없이 무대에 선다. 그는 "출연을 부탁 받은 65개팀 중 58개팀이 흔쾌히 수락했다"며 "역시 음악가의 보람은 출연료 액수가 아니라 관객에게 주는 기쁨의 크기로 결정된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즉흥음악(Free Music) 연주가인 그는 "소리를 순간적으로 어떻게 구조화하느냐에 따라 좋은 음악과 그렇지 못한 음악이 결정된다는 것을 잘 안다"며 "연주회 기획을 할 때도 몸에 밴 순발력과 창의성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윤 추구와 거리가 있는 공연을 기획하다 보니 주변에서는 고생되지 않느냐고 묻지만 이렇게 풀뿌리 문화를 조금씩 일궈 나가는 일이 결국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수준 향상을 도울 것"이라며 자부심을 나타냈다. 010-2223-7061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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