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시즌엔 TV가 잘 팔린다' '휴가철엔 자동차 판매가 늘어난다' '선풍기 시대는 가고 이젠 에어컨 시대다' '명품은 세일을 하지 않는다'…
오랫동안 관행처럼 굳어져온 '쇼핑의 공식'들이 여지없이 깨져나가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한 깊은 내수침체 때문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과거부터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대형스포츠 이벤트를 앞두고서는 TV판매가 급증해왔다. 좀 더 좋은 화면으로 경기를 보기 위해 TV교체수요가 일어난다는 것.
하지만 월드컵에 버금가는 유로 2012 축구대회가 끝나고 런던올림픽이 코앞에 다가왔지만 TV판매는 썰렁하기만 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과거 올림픽이 있는 해엔 최고 20~25%까지 TV판매가 확대됐는데 올해는 전혀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고 전했다.
에어컨은 더 심각하다. 6월 평균기온이 104년 만에 가장 높았을 정도로 더위가 일찍 찾아왔지만, 에어컨 판매량은 오히려 반토막 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불황 속에 전기요금 인상 움직임까지 보이자 에어컨판매는 줄고 오히려 선풍기 판매가 급증한 것. 이마트측은 6월 에어컨 판매가 전년 동기비 70.3%나 급감했고, 대형 선풍기 판매량은 22.9% 늘었다고 밝혔다. 롯데마트 역시 "에어컨 판매는 48.3% 급감한 반면, 제품 내부에 냉각 젤이 들어 있어 시원한 '쿨 매트'는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전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휴가철=특수'라는 공식이 깨졌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매년 6, 7월이면 휴가철을 앞두고 차 판매가 10% 이상 늘어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지난달 내수 판매가 12만3,40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3.5% 줄었다. 그러다 보니 국내 완성차 업체는 물론 수입차업체들도 ▦36개월 무이자 할부 ▦차값 200만원 할인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우며 판매촉진에 나섰다.
쇼핑의 공식은 백화점에서도 깨지고 있다. '백화점 고객은 가격을 따지지 않는다'는 통설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롯데백화점 9층 행사장은 지난 5~6월 구두 대전, 원피스 대전, 와인 대전 등 초저가 기획전을 잇따라 열었는데, 이는 이 같은 '창고개방' 행사에 그만큼 많은 고객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명품은 세일을 하지 않는다"는 불문률도 사라지고 있다. 올해 2월과 6월, 주요 백화점들은 수십억원 규모의 물량을 내놓고 명품 세일전을 열었다.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 등은 6월부터 일찌감치 최고 70~80%까지 할인하는 명품 세일에 들어갔다. 페라가모, 구찌, 프라다, 셀린느 등 유명 브랜드가 대부분 참여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물론 아직도 '노 세일'을 고집하는 브랜드도 있지만, 명품의 콧대가 예전만큼은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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