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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호의 테크닉 논술] 주변 생생한 사례 제시 돋보이지만 경제 논리에 대한 반론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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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호의 테크닉 논술] 주변 생생한 사례 제시 돋보이지만 경제 논리에 대한 반론 부족

입력
2012.07.02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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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교모 학교 통폐합이라는 사회적 이슈를 다루면서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났거나 진행되고 있는 생생한 사례를 제시한 점이 눈에 띈다. 특히 도입부를 통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강행되고 있는 학교 통폐합 정책의 문제점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것도 훌륭하다. 전국 곳곳에서 이 정책에 반기를 들고 나서는 것은, 이 정책의 타당성 여부와는 별도로 당사자인 학생들과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아랑곳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교육과학기술부의 '비교육적' 행태 때문일 것이다.

학생이 지적한 대로 이 정책의 배경에는 경제성과 합리성이라는 논리가 숨어 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한 정권에서 교육적 가치에 관심을 둘 리 만무하다. 이런 논리를 반박하기 위해서는 교육의 본질적 가치를 강조하고 그것을 경제성이나 합리성으로 재단하는 것이 왜 옳지 않은지 논증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령 "시골 마을에서 학교는 지역공동체의 구심점 구실을 하기 때문에 경제적 수치로 계산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라고 주장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학생의 글은 본론 첫 부분에서 이 정책이 경제성과 합리성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을 잘 지적해 놓고도 마지막 단락을 제외하면 그것을 반박하는 논리를 개발하는 데에 소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단지 그것이 억지라고 주장하고 있을 뿐이다. 상대방의 주장이 억지라고 말하는 것은 쉽지만 왜 그런지를 입증하는 것은 어렵다. 스스로에게는 자명한 일이 다른 사람에게는 자명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더구나 상대방의 입장을 깊이 있게 검토하지 않고 억지라고 단정 짓는 것은 논쟁에 임하는 성실한 태도가 아니다. 실제로 학생은 "소규모 학교에서는 체육활동을 하기 어렵다"라는 찬성론의 주장을 소개하면서도 이에 대한 반론을 전혀 펼치지 않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전체적인 글의 설득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생긴다.

교육부가 들고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성적 문제다. 물론 학생의 말대로 계량화된 일제고사 성적만으로 수학능력을 평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두세 학년이 한 학급을 이뤄 하는 수업(복식수업)을 해야 하는 초등학교나 비전공 교사(상치교사)를 둬야 하는 중ㆍ고교들의 경우 수업의 질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주장은 가볍게 흘려들을 말이 아니다. 실제로(어느 누구의 마음도 상하게 할 생각이 없지만) 읍ㆍ면 지역의 기초학력 미달학생 비율이 도시보다 높다는 것은 통계를 통해 확인되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학생은 이 문제에 대해 정합적이지 않은 주장을 하고 있다. 소규모 학교 학생들의 성적이 떨어진다는 찬성론의 입장을 억지라 일축하면서도 그것을 자료를 통해 반박하기는커녕 "초등학교, 중학교 성적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물으며 논점을 흐리고 있는 것이다. 상대방의 주장이 타당하지 않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인지, 옳지만 의미가 없기 때문에 받아들이지 않은 것인지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간략히 정리하자면 학생의 글은 취지는 좋으나 엄밀함을 결여하고 있기에 아쉽게 느껴진다. 문필의 재능이 있어 보이니 앞으로 논증력을 연마하는 연습을 한다면 우수한 논술문을 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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