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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주당 서울대 폐지 공약 포퓰리즘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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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주당 서울대 폐지 공약 포퓰리즘 아닌가

입력
2012.07.02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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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이란 게 시장판의 '호객행위'와 비슷해질 수도 있다. 유권자에게 강한 인상을 주려다 보니 종종 선정적으로 흐르기도 한다. 이용섭 민주당 정책위의장의 서울대 폐지 추진 공약은 그런 면에서는 일단 '호객'에는 성공한 듯 하다. 단숨에 주요 뉴스로 떠올랐으니 말이다. 하지만 공약이 무슨 잡화 하나 팔아 치우자는 게 아닌 이상, '호객행위'보다는 진지해야 할 것 아닌가. 그런데 민주당 구상엔 진지함이 보이지 않는다. 어설프고 불안한 느낌만 준다.

민주당의 서울대 폐지 구상은 간명하다. 서울대의 존재 자체가 과열 입시경쟁과 학벌주의의 근원이기 때문에 2017년까지 서울대 명칭을 아예 없애자는 것이다. 대신 전국 주요 국립대 학부를 통합해 '국립대 서울캠퍼스' '국립대 광주캠퍼스' '국립대 대구캠퍼스' 하는 식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서울캠퍼스엔 기초학문 분야만 남겨두고, 각 지방캠퍼스를 의학과 공학 등 분과학문으로 특성화하면 학교 서열화도 자연히 사라지고, 지방 학생이 서울에 유학할 필요도 없어진다는 주장도 한다.

그럴 듯해 보이지만 한 꺼풀만 뒤집어도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예컨대 국립대 지방캠퍼스를 법과나 의과대학으로 특화하면 서울대에 지망할 학생들이 그곳으로 줄줄이 내려갈 건가. 서울에 있는 사립대들만 좋아지는 것 아닌가. 또 지금도 서울대 공대보다 지방 의대 합격선이 높을 정도로 학과경쟁이 치열한데, 학과를 분산하기만 하면 과열 입시경쟁이 사라진다는 건 무슨 논리인지 아리송하다.

민주당 구상이 갖는 가장 큰 문제점은 대학 공동체의 정체성이 갖는 발전적이고 긍정적 가치나, 학문적 전통과 역사 같은 요소를 도외시한 채 기능적으로만 문제를 재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대통령 직속 교육혁신위원회에서 유사한 안을 내놨다가 각계의 반발로 무산된 것도 현실에 대한 통찰 부족 때문이었다. 지난 정부 이래 수년 동안 고민한 끝에 서울대가 법인으로 출범한 게 불과 6개월 전이다. 집권만 하면 다 뒤엎겠다는 식은 또 하나의 불안한 포퓰리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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