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해보고 나서 안 된다고 해라.’
여경 창설 66주년을 맞아 2일 ‘으뜸여경상’을 받고 경위에서 경감으로 1계급 특진까지 하게 된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지능계 경제1팀 김미정(49) 반장은 이런 신조를 평생 간직해왔다. 그는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외근 경찰의 상징인 ‘형사반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잘 나가는 기업의 경리 자리를 박차고 경찰이 돼야겠다고 마음 먹은 건 ‘경찰 제복’에 대한 막연한 동경 때문이었다. “1985년에 우연히 시내에서 교통정리를 하는 경찰을 보고 ‘나도 저 옷을 입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더라고요. 부모님 몰래 경찰 시험까지 보게 됐죠.”
진짜 경찰이 되어 현장에 뛰어들고 나서 정작 그를 이끈 건 ‘보람’이었다. 그 중에서도 지난 해 축구 꿈나무를 상대로 해외입단을 해줄 것처럼 속여서 부모들에게 4억5,000만원을 가로챈 축구 에이전트 일당을 검거한 사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피해자인 부모들의 진술을 듣는 일이 가장 힘들었어요. 혹시라도 감독들 눈 밖에 나서 아이가 축구화를 영영 못 신게 될까봐 부모들이 두려워해서였죠.” 김 반장 역시 아들 딸을 가진 두 자녀 어머니로서 그런 부모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했던 터라 더 설득에 매달렸다. “이후 사건이 기사화되고 나서 숨어있던 피해자들이 줄줄이 나왔어요. 정말 보람을 느꼈던 것 같아요.”
이날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그는 강력과 지능, 여성청소년 분야에서 뛰어난 수사 공적을 인정받아 으뜸여경상을 받게 됐다. 수상 뒤 그가 남편과 아들 딸에게 한 말은 “저녁 밥 제대로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것이었다. 그 중에서도 늘 불규칙적인 생활 탓에 제대로 학부모 노릇 못해준 자녀들에게 가장 미안하다고 했다. 경찰과 아내, 어머니 역할을 병행하기 어려운 현실을 숨김없이 드러낸 것이다.
그래서 이런 바람을 내놓기도 했다. “일선 경찰서에는 보육시설이 없어요. 사회적인 분위기에 맞춰 이제는 경찰 조직도 가정친화적으로 바뀐다면 현장에서 뛰는 경찰들이 더 마음 편히 일에 몰두 할 수 있을 겁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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