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재정위기의 와중에 은행의 신용등급을 무더기로 강등한 국제신용평가사에 칼을 빼 들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 EU 금융시장 감독기구인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이 국제신용평가사의 평가 방식을 조사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조사 대상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 피치 등 세계 3대 신용평가사다. ESMA는 연말까지 이들 신평사의 은행 평가 방식이 엄격하고 투명했는지를 조사할 계획이다. 신평사들은 지난해 11월 ESMA에 등록할 때까지 규제를 받지 않았다.
신평사들은 유럽 재정위기 전에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다가 위기가 시작되자 잇따라 금융기관 등의 신용등급을 대폭 강등해 비판을 받아왔다. 무디스는 지난달 15개 은행의 신용등급을 한꺼번에 깎았으며 S&P 역시 새로운 평가방법을 도입한 후 지난해 11월 최상위권 은행 37곳 중 15곳의 등급을 내렸다.
ESMA는 신평사에 대한 조사가 최근 대규모 강등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았다. 스티븐 마이조르 ESMA 청장은 "은행의 신용등급은 국가 신용등급과 국채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며 "무더기 강등에 앞서 신평사들이 충분한 분석 자료를 활용했는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설립돼 17개 신평사를 감독하고 있는 ESMA는 올해는 3대 신평사 조사에 집중할 계획이다.
ESMA는 그러나 신용 등급에 영향을 끼칠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다. 마이조르 청장은 "신용등급에 등급을 매기려는 것은 아니다"며 "신평사의 선택이 경제적 상식과 논리에 맞는지를 살펴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S&P 측은 "이번 조사를 통해 우리의 투명성과 일관성을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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