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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 환심' 중국 민박집 주인, 알고 보니 북한 여간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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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 환심' 중국 민박집 주인, 알고 보니 북한 여간첩

입력
2012.07.02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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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제 조카딸이 북한 공작원이란 말입니까?"

재미교포 박모(81)씨는 최근 한국 사정당국에서 걸려온 한 통의 전화를 받고 경악했다. 자신이 9년 동안 조카로 믿었던 여성이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소속 여공작원이었다는 내용이었다.

광복 직후 월남했다 1970년대 미국으로 망명한 박씨는 북한에 남겨진 누나와 남동생의 소식을 오랫동안 수소문하다 2003년 누나의 딸 김모씨를 만났다. 미국으로 전화를 걸어온 김씨는 "탈북해 중국에 머무르고 있다. 삼촌을 중국에서 만나고 싶다"고 했다. 그는 곧장 중국 선양(瀋陽)으로 향했고, 생면부지인 조카와 극적인 상봉을 했다. 김씨가 붙임성 있게 따르는 바람에 박씨는 5개월이나 중국에 머무르며 조카와 함께 생활했다.

검찰 조사 결과 김씨의 실체는 미국 사정을 캐내기 위해 박씨에게 접근한 북한 보위부 엘리트 공작원 이모(45)씨로 드러났다. 김일성대 경제학부 준박사(석사)과정을 마치고 전문 공작교육을 받은 이씨는 2001년 중국 선양에 파견돼 위조 달러 유통을 책임졌고, 2003년에는 미국 중앙정보국(CIA) 관계자로 추정되는 박씨에게 접근해 동향을 파악하라는 지령을 받았다. 박씨는 검찰에서 "한국 수사기관의 연락이 오기 전까지 조카가 아니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이씨에게 특별히 자료를 제공한 적은 없다"며 허탈해 했다.

이씨는 2007년부터는 중국 톈진(天津)에 민박집을 차리고 한국 유학생들을 상대로 남한 정보를 입수했다. 마음씨 좋은 탈북자 아주머니인 양 대학생들의 환심을 사면서 돈도 벌고 남한의 정치, 경제 사정을 전해 듣기에 민박집만한 수단도 없었다. 이런 활약상 덕분에 이씨는 2004~2007년 보위부 소좌(소령급), 중좌(중령급)로 연달아 진급했고 국가훈장 1급, 공로메달, 노력훈장 등도 받았다.

이처럼 성공가도를 달리는 것처럼 보였던 이씨의 공작활동은 그가 탈북을 위장해 남한에 입국하면서 탄로났다. 이씨가 위장 탈북자라는 첩보를 입수한 국가정보원의 조사에서 신분이 들통나 지난달 검거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상호)는 2일 이씨를 특수잠입죄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탈북자로 위장한 여성 간첩이 적발된 것은 2008년 원정화, 2010년 김미화에 이어 세 번째다. 검찰은 "변화하는 북한의 공작 전형에 대응할 수 있도록 유관기관과 공조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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