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리보(런던 은행간 거래 금리) 조작 파문을 일으킨 바클레이스은행의 마커스 에이지어스 회장이 2일 사퇴를 발표했다.
에이지어스 회장은 "직원들의 행동은 은행에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고객과 주주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5년 반 동안 재직한 그는 후임자를 찾는 즉시 물러날 예정이다.
그의 사임은 지난주 리보 조작 사건이 불거진 후 바클레이스은행 임원들의 올해 보너스 포기 등 수습책에도 불구하고 파문이 가라앉지 않자 나온 고육책이다.
바클레이스은행은 리보를 조작한 사실이 밝혀져 미국과 영국 감독 당국에 4억5,000만달러(5,200억원)의 벌금을 물었다. 영국은행연합회(BBA)가 20개 은행에서 제공받은 차입금리를 바탕으로 산출하는 리보는 전세계 360조달러 규모의 거래에 활용되는 주요 금융지표다.
이날 에이지어스 회장은 "여기서 책임이 멈추길 바란다"고 했지만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영국 의회는 4일 밥 다이아몬드 바클레이스은행 최고경영자를 출석시켜 리보 조작 문제를 추궁할 계획이며 5일에는 에이지어스 회장을 소환할 예정이다. 감독 당국인 영국금융청(FSA)과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바클레이스은행 외에 씨티그룹, 스코틀랜드왕립은행, HSBC, UBS도 조사하고 있다.
이와 관련, 파이낸셜타임스는 2일 리보 조작에 영국 중앙은행(BOE)도 관련이 있다고 감독 당국이 작성한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폴 터커 BOE 부총재는 2008년 10월29일 다이아몬드 최고경영자와의 통화에서 "왜 바클레이스가 제출한 금리가 다른 곳보다 높나"라고 물었다. 이를 전해들은 바클레이스 직원들은 BOE가 리보를 실제보다 낮게 써서 제출해도 된다고 허락했다고 잘못 해석했다는 것이다. 터커 부총재는 내년에 임기를 마치는 머빈 킹 BOE 총재의 후임으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이에 대해 BOE 측은 "보고서에 언급된 통화는 시장 동향 조사를 위해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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