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70여년간 멕시코를 완벽하게 일당 통치했던 제도혁명당(PRI)이 정권 재탈환에 성공했다.
1일 치러진 멕시코 대선에서 PRI의 엔리케 페냐 니에토(46) 후보가 대통령 당선을 확정지었다. 멕시코 선관위는 2일 중간 개표 결과 니에토 후보가 38%의 득표율로, 31%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좌파 민주혁명단(PRD) 후보와 25%를 받은 호세피나 바스케스 모타 국민행동당(PAN) 후보를 크게 앞섰다고 발표했다. 최종 투표율은 62%로 예상된다.
PRI의 재집권은 2000년 대선에서 PAN에 패배한 후 12년만이다. 멕시코 혁명 주역들이 1929년 만든 PRI는 석유산업의 국유화, 미국ㆍ캐나다와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 등을 통해 멕시코의 경제성장을 이끌어왔다. 그러나 정권 유지를 위해 반정부 인사를 탄압하고, 학생시위를 유혈 진압하는 등 민주화에 역행하고, 마약 카르텔과 유착하는 등 부패를 일삼아 멕시코 정치사에 큰 질곡을 남겼다.
PRI가 다시 국민의 지지를 받은 것은 펠리페 칼데론 현 대통령의 실정 탓이 크다. 조지 오소리오(70)는 "무능한 현 정권보다는 안정적인 구악이 낫다"고 뉴욕타임스에 밝혔다.
칼데론 대통령은 2006년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마약 조직을 발본색원하는데 집중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마약 암거래는 더욱 심해졌고 보복학살이 잇따랐다. BBC방송은 6년간 마약과의 전쟁으로 인한 희생자가 5만5,000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경제도 망가졌다. 2006년 이후 멕시코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1%대에 그쳤다. 실업률은 4.5%로 비교적 양호하지만 빈곤층이 전체의 절반 가까운 46.2%를 차지하는 등 빈부격차가 심각해 현 정권에 대한 불만은 폭발 직전이다.
니에토 후보는 유권자의 이런 심리를 파고들었다. 임금 인상, 일자리 확대, 사회복지 서비스 확대 등 경제성장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마약 문제도 연방경찰관을 두 배로 늘리는 등 주민밀착형 치안을 강화해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이날 대선 결과에 대해 "과거로 회귀하는 일은 절대 없다"며 "PRI에 두 번째 기회를 준 만큼 결과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랜 독재정권이 새로운 인물을 내세워 본심을 가렸다" "니에토의 당선은 권위주의 국가로 퇴보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등 부정적인 평가도 적지 않다.
전국 14만3,132개 투표소에서 치러진 대선은 투표용지 부족, 신분증 위조 등 15건의 부정사례가 적발돼 논란을 빚었다. 정치전문 인터넷 매체인 폴리티코 등은 니에토 선거본부가 유권자에게 520억달러 상당의 선불카드를 불법으로 돌렸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의 임기는 12월 1일부터 6년이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