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그제 발표한 '2012년 대기업집단 주식소유 현황 및 소유지분도 분석결과'를 보면 1993년 3.5%에 달했던 재벌 계열 대기업집단의 총수 지분율이 올해 처음 1% 미만(0.94%)으로 줄었다. 하지만 내부 지분율(총수와 친족, 임원, 계열사 등이 보유한 주식 지분)은 93년 44.4%에서 올해 55.7%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총수들이 불과 1%도 안 되는 지분으로 환상형(環狀形) 순환출자 등을 통해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를 강화하는,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기형적 지배구조를 형성한 것이다.
환상형 순환출자의 핵심은 지배주주가 아무런 추가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그룹 경영권의 방어벽을 구축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순환출자 고리에 걸려있는 회사의 소수주주들은 결과적으로 지분 비율이 축소되어 잠재적 피해를 입게 되고, 기업 인수합병(M&A) 등의 경영권 시장이 위축되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환상형 순환출자를 통한 내부 지분율 확장으로 재벌총수의 그룹 지배력이 강화되면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경영권의 용이한 승계 등 사익추구나, '재벌 빵집' 같은 중소기업 영역 잠식행위 등 불합리한 결정을 쉽게 내릴 수 있는 구조가 된다.
우리나라에서 환상형 순환출자는 외환위기 이후 몇 년간에 걸쳐 급속하게 증가했다. 이는 재벌그룹의 경영권 승계, 그룹 분할, 대규모 기업인수 등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이루어졌다는 것이 학계의 분석이다. 이후 정치권 등에서 순환출자의 문제점에 대해 꾸준히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막을 법적 제도적 장치는 여전히 미비한 실정이다.
현행 상법은 환상형 순환출자 중에서 회사 간의 지배관계가 분명한 경우에는 규제를 하고 있지만, 지금처럼 재벌의 지배관계가 복잡할 경우 적용 범위가 매우 제한적이고, 규제 위반에 대한 벌칙조항도 애매하다. 따라서 우선 공정위는 재벌의 지배구조를 더욱 단순하고 투명하게 정리해줄 필요가 있다. 여기에 금지된 상호출자의 편법인 환상형 순환출자 역시 금지하고, 순환출자 고리에 있는 주식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축소하는 등의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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