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월드컵 우승 직후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에 등극한 스페인은 지난해 잠시 네덜란드에 1위를 넘겨준 것을 제외하고 2년 동안 선두를 달리고 있다.
축구 역사에 '위대한 팀'은 많았다. 그러나 스페인 처럼 완벽한 장기 집권은 전례가 없다. 화수분처럼 쏟아져 나오는 재능과 '점유율 축구'라는 철학을 유지하는 가운데서도 끊임 없이 변화를 모색하는 탐구 정신이 스페인 축구 무적 시대의 원동력이 됐다.
스페인 축구의 세계 정복은 프리메라리가라는 세계 최고의 리그가 존재하기에 가능했다. 2000년대 들어 스페인 명문 클럽 유소년 팀에서는 유망주가 쏟아져 나왔다. 특히 스타 사관학교로 유명한 FC 바르셀로나의 '라 마시아'는 스페인 대표팀의 젖줄이 되고 있다.
유로 2008 우승의 숨은 공신은 수비형 미드필더 마르코스 세냐(35ㆍ비야레알)였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세냐 대신 세르히오 부스케츠(바르셀로나)가 주전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됐고, 세냐의 공백을 전혀 느낄 수 없는 깔끔한 경기력으로 우승에 공헌했다.
유로 2012에서 스페인의 약점으로는 측면 수비수, 특히 유로 2008과 남아공 월드컵에서 붙박이로 활약했던 호안 캅데빌라(34ㆍ벤피카)가 빠져 나간 왼쪽 측면이 꼽혔다. 캅데빌라의 후계자로 낙점된 조르디 알바(23ㆍ발렌시아)는 국제 경험이 부족한데다 상대적으로 수비력이 약해 의문 후보가 따랐다. 그러나 그는 이번 대회가 낳은 최고의 샛별이 됐다. 전 경기를 풀타임 출전했고 이탈리아와의 결승전에서 경이적인 순간 스피드로 추가 골을 터트렸다. 부스케츠와 알바는 모두'라 마시아'출신이다. 이번 대회 MVP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와 결승전에서 2개의 도움으로 공격을 진두지휘한 사비 에르난데스(이상 바르셀로나)도 '라 마시아'에서 뼈를 키웠다.
유로 2008, 남아공 월드컵, 유로 2012를 차례로 제패하는 동안 ▲볼 소유권을 유지하고 ▲짧고 빠른 패스를 쉼 없이 돌리며 ▲가능한 한 많은 찬스를 만들어낸다는 스페인 축구의 근본 정신은 지속됐다. 하지만 실현 방법은 상황에 따라 달랐다. 전술적으로 항상 한발 앞서 나갔다. 쟁쟁한 강호들이 스페인을 깨뜨리는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까닭이다.
스페인은 유로 2008에서 다비드 비야(바르셀로나)와 페르난도 토레스(첼시)를 최전방에 세운 4-4-2 포메이션을 기본으로 하고 때에 따라 4-2-3-1 포메이션으로 변화를 줬다.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비야를 최전방에 세우고 중원을 강화한 4-1-4-1 포메이션으로 정상에 올랐다. 유로 2012에서 스페인의 전술은 또 다시 진화했다. 스트라이커 대신 미드필더 세스크 파브레가스(바르셀로나)를 중앙 공격수로 세우고 미드필더들의 포지션을 수시로 바꾸며 적진을 공략하는 제로톱(4-6-0) 전술로 우승을 차지했다. 포르투갈과의 4강전에서 승부차기로 승리할 때만 해도 스페인의 제로톱 전술은'볼만 돌릴 뿐 결정력이 없다''재미없고 지루하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스페인은 결승에서 '수비의 팀' 이탈리아를 상대로 네 골을 터트리는 화끈한 공격력으로 비난을 잠재웠다.
스페인 축구의 놀라운 점은 끊임 없이 발전하고 진화한다는 데 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스페인이 보여줄 축구가 기대되는 까닭이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