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후덥지근하다보니 사람간의 신경전도 빈번해지는 듯하다. 버스 타다 발 좀 밟았다고 죽기 살기로 머리를 들이받으며 삿대질을 하는 아줌마가 있는가 하면 끝끝내 사과 한마디 안 하고 껌 씹으며 시선을 허공에 고정한 여대생이 있으니, 오늘도 내 입에서 짜증난다는 말이 몇 번이나 튀어나갔으려나.
종교가 없는 이들도 분명 다수이나, 우리처럼 어떤 믿음에 이토록 신심 깊은 민족도 흔치 않은 것이 사실이니 매주마다 그 좋고 옳은 어르신들 말씀 다 새겨듣긴 할 텐데 한 귀로들 흘리시나 그 실천이 어려운 걸 보면 말이다. 아줌마의 핸드백 밖으로 삐죽 나온 그 책이 왜 하필 성경이었담.
남의 말 안 듣기로 소문난 나와 달리 아빠는 시시콜콜 모든 당신의 일을 엄마에게 브리핑하기 바빴다. 퇴근하고 돌아와 밥을 먹으며 부하직원 중 누가 속을 썩였네, 누굴 진급시킬까, 누굴 명예퇴직 권해야 하나, 하면 엄마는 아내가 아니라 부하직원으로 입장 바꾼 채 앉아 있곤 했다. 그러니 보다 신중한 결론으로 서로 덜 미안하고 덜 서운한 과정에 이르게 하지 않았을까, 무릎 치게 된 건 요 근래의 일이었다.
말과 행동에 있어 그 보폭을 나란히 하는 일은 얼마나 어려운가. 말이 한 발 앞서면 무책임한 사람이 되고 행동이 한 발 앞서면 의뭉스러운 사람이 된다. 나는 여전히 아장아장 그 걸음마가 어렵다. 그러니까 엄마는 죽을 때까지 우리 잡아주는 엄마인가보다.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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