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아프니까 읽는 책에 출판계가 아프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아프니까 읽는 책에 출판계가 아프다

입력
2012.07.02 11:18
0 0

'힐링(healing)' 도서 열풍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010년 12월 출간된 <아프니까 청춘이다> 를 필두로 서점가를 점령한 마음과 치유에 관한 책은 불경기와 취업난 등 의지할 데 없는 젊은층의 구매심리를 파고들며 2년여 국내 출판계의 화두가 되고 있다.

따뜻한 위로와 격려가 신선한 트렌드 역할을 했지만 이런 유형의 책들이 출판 시장을 독식하다시피 하면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잘 팔리는 심리치유서 출간에만 집중하면서 포화상태인 힐링 도서 시장에 제목만 바꾼 유사 힐링 책들이 난무하는 등 부작용도 심각하고 인문서나 문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베스트셀러 '힐링' 싹쓸이… 스님 책 돌풍

교보문고와 온라인 서점 인터파크의 2012년 상반기 베스트셀러 집계에 따르면 상위권을 힐링 도서가 점령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기간 중 교보문고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은 사람과의 관계나 진정한 의사소통법 등을 제시한 스튜어트 다이아몬드의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였다. 젊은이들의 멘토로 떠오른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이 2위, 스테디셀러인 서울대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 가 4위였다. 인기 멘토로 꼽히는 김정운 교수와 '시골의사' 박경철씨의 책도 10위권에 들었다.

인터파크 역시 1, 2위 순위만 바뀌었을 뿐 비슷한 유형의 책이 강세다. 인터파크는 최근 상반기 출판계 이슈로 ▲영화 드라마 등 스크린셀러 열풍 ▲대중 정치서 약진 ▲위로를 넘어 삶의 지혜를 다룬 '힐링' 도서 인기 ▲남자와 마흔을 위한 책 출간 붐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지난해 <아프니까 청춘이다> 같은 위로와 격려의 책들을 읽었다면 올해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관한 해답을 적은 스님들 책이 이슈의 중심에 있다고 분석했다.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편안하게 풀어낸 혜민 스님의 산문집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은 3개월째 인터파크 베스트셀러 1위를 달리고 있다. 법륜 스님의 책 <엄마수업> <방황해도 괜찮아> 역시 시장의 반응이 뜨겁다. 불교방송 인기 DJ인 정목 스님의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 도 인기를 끄는 등 스님이 출판계의 대세다. 유재성 교보문고 브랜드관리팀장은 "과거 법정 스님 등의 산문이 인기를 끌긴 했으나 지금처럼 스님들의 책이 크게 유행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덮고 나면 공허… 인문서ㆍ문학 위축 부작용

힐링 도서 쏠림 현상이 커지면서 출판산업의 기형적인 구조를 우려하는 목소리들도 커지고 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심신이 지친 현대인들에게 위로를 해주는 것은 좋은 역할이나 비슷비슷한 책만 양산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문성에 도움이 되거나 상상력을 키워줄 지식이 필요한데 힐링 도서로는 채울 수 없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주로 인문서를 사서 읽는다는 직장인 김명식(37)씨는 "옆자리 직원이 읽는 힐링 책을 몇 권 빌려봤는데 자기계발서처럼 쉽게 읽혀 좋았지만 남는 게 없었다"며 "이유를 해결해주지 않는 위로는 공허하다"고 말했다.

인문서와 문학의 위축도 문제로 거론된다. 출판사 아카이브의 박지홍 편집주간은 "출판계 전체도 그렇고 인문서 시장 자체가 줄어든 측면도 있지만 힐링 도서 붐이 인문서 시장에 위협인 것은 맞다"고 진단했다. 그는 "힐링 서적이 잠깐의 위로가 될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하는데, 책을 읽고 답을 얻었다고 생각하는 의존심리가 생기는 것도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창비 박신규 문학팀장은 "시대적인 상황과 맞물려서 힐링 서적이 잘 팔리면서 일부 완성도가 높지 않은 책들도 덩달아 유행을 타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 책 구매에 영향을 끼치는 베스트셀러 10위권을 이런 책들이 잠식하면서 "독자들이 문학이나 인문 쪽의 괜찮은 책들을 지나쳐버리게 된다"며 우려했다. 다양한 분야의 도서가 읽힐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게 시급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