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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cm 두 거인, 황금시대 이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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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cm 두 거인, 황금시대 이끌다

입력
2012.07.02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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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축구의 완벽한 전성시대다. 클럽과 국가 대항전을 막론하고 스페인 축구가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FC 바르셀로나는 2009년과 지난해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에서 챔피언에 올랐다.

스페인 대표팀이 2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로 2012 결승에서 이탈리아를 4-0으로 대파하고 앙리 들로네컵을 품에 안았다. 유로 2008,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월드컵에 이은 사상 최초의 메이저 3개 대회 연속 우승이다.

스페인 축구 전성시대를 연 주인공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28)와 사비 에르난데스(32ㆍ이상 바르셀로나)다. 170㎝에 불과한 단신의 핸디캡을 체력과 테크닉, 축구 지능으로 뛰어 넘은 둘이 없었다면 바르셀로나의 전성기도, 스페인 대표팀의 무적 질주도 불가능했다.

오랫동안 '조연'에 머물던 이니에스타는 이번 대회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조별리그 1차전부터 결승에 이르기까지 매 경기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좁은 공간에서 2~3명의 상대 수비수를 제치는 개인기와 상대 수비진의 빈 틈을 송곳처럼 후벼 파는 패싱력은 세계 축구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공식 기록은 6경기 출전에 1도움에 머물렀지만 수치로 드러나지 않는 눈부신 활약은 그에게 유로 2012 골든볼의 영예를 안겼다.

이니에스타는 결승전에서도 대승의 봇물을 텄다. 이탈리아의 기를 꺾은 결승골은 그로부터 비롯됐다. 이니에스타는 전반 14분 미드필드 중앙에서 골 지역 오른쪽으로 뛰어드는 세스크 파브레가스(바르셀로나)에게 정확한 스루 패스를 연결했다. 파브레가스가 꺾어 올린 크로스를 다비드 실바(맨체스터 시티)가 헤딩으로 마무리, 스페인은 선제골을 뽑아냈다. 도움이 주어지지는 않지만 결승골 장면에서 가장 중요했던 포인트는 이니에스타가 파브레가스에 찔러준 패스 한방이었다.

이니에스타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챔피언에 올랐다는 것이 중요할 뿐 득점이나 개인상 수상은 내게 큰 의미가 없다. 누가 골을 넣는지도 중요하지 않다. 내 스스로의 플레이를 즐기고 누군가 그것을 알아준다면 족하다"고 겸손한 소감을 밝혔다.

유로 2008 MVP 사비는 스페인 대표팀의 심장이다. 플레이메이커 사비의 발에서 비롯된 패스가 돌며 스페인 팀 전체를 움직인다. 포르투갈과의 4강전에서 부진 끝에 후반 42분 벤치로 물러났던 사비는 이탈리아와의 결승전에서 명예 회복에 성공했다.

사비는 1-0으로 앞선 전반 41분 수비진 뒷공간으로 파고 든 조르디 알바(발렌시아)의 발 앞에 정확히 떨어지는 '킬 패스'로 골키퍼와 일대 일로 맞서는 찬스를 만들어줬다. 알바가 실수 없이 찬스를 마무리하며 승부는 일찌감치 스페인 쪽으로 기울었다. 사비는 승부가 사실상 결정된 후반 39분에는 상대 미드필드 지역에서 볼을 가로채 페르난도 토레스(첼시)의 세 번째 골을 배달했다.

이니에스타-사비 콤비가 한솥밥을 먹는 한 스페인 축구의 아성을 깨뜨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이니에스타-사비 콤비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비는 유로 2012 우승을 차지한 후 인터뷰에서 "몸 상태가 허락하는 한 브라질 월드컵에도 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스페인 수문장 이케르 카시야스(31ㆍ레알 마드리드)는 137번째 A매치에서 전인미답의 100승 기록을 세웠고 후반 교체 투입돼 1골 1도움을 올린 토레스는 마리오 고메스(독일)와 3골 1도움으로 동률을 이뤘지만 출전 시간(189분)이 적은 탓에 득점왕을 차지했다. 차기 대회는 2016년 프랑스에서 열리며 8개국이 늘어난 24개국이 출전한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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