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전이 필요했던 A(개인사업)씨는 올 초 시중은행 상담원의 대출안내 문자메시지를 받고 연락을 했다. 상담원은 800만원을 즉시 빌려줄 수 있다며 주민등록증사본과 통장 등을 요구했다. A씨는 관련 서류를 팩스로 보내고 여러 차례 취급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30만~80만원 정도를 6회에 걸쳐 송금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대출금 800만원이 입금되기는커녕 그가 뜯긴 돈만 300만원이다. 은행 상담원을 사칭한 사기꾼에게 놀아난 것이다.
B씨는 회사 운영자금이 모자라던 차에 C금융 양모 과장의 대출안내 메시지를 받았다. 6,000만원 대출을 신청했더니 액수가 커 일단 신용등급을 올려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럴싸한 요구라 작업비용으로 40만원을, 보증금이 필요하다고 해 480만원을 더 보냈다. 그 뒤 양 과장은 연락이 두절됐다. 직업군인 이모씨는 대부업체에서 3,000만원을 빌리면 2개월 뒤 저리대출로 전환해준다는 말에 속아 5개월이 지난 지금도 30% 고리 빚을 갚고 있다.
급히 돈이 필요한 이들을 울리는 대출사기가 극성이다. 예전엔 가랑비에 옷 젖듯 각종 수수료를 달라고 해 옭아맸다면 최근엔 대놓고 제도권 금융회사를 사칭한 뒤 신용등급 상향조정 수수료, 저리대출 전환 수수료 등 그럴싸한 명목을 내세워 돈을 뜯고 있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현재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3만1,889건 중 5건 중 1건(21%)이 대출사기였다. 전화금융사기(12.2%)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았다. 지속적인 단속과 널리 알려진 대출사기 식별방법을 무력화하며 사기 유형이 빠르게 지능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신력 있는 제도권 금융회사 직원을 사칭하거나 신용등급을 올리기 위한 작업비용 요구, 저금리대출 전환 유혹, 휴대폰 개통조건 대출 등이 대표적이다.
결국 금융소비자의 꼼꼼한 확인만이 피해를 막는 방법이다. 우선 자신이 사전에 수신을 동의하지 않은 금융회사에서 온 대출안내 문자메시지는 그냥 무시해야 한다. 본인 명의의 통장이나 카드 등을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것도 금물이다. 휴대폰 개통을 미끼로 한 대출은 사기가 분명하다. 잠깐의 판단 착오로 주민등록증사본, 통장 등 관련서류를 보냈다면 해당 은행이나 금감원에 신고(개인정보노출 사고예방시스템)해야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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