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전쟁의 불똥이 구글로 튀었다. 이번엔 세계 IT업계의 공룡 구글이 애플로부터 예상치 못한 일격을 당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 루시 고 판사는 지난 29일(현지시간) 삼성전자와 구글이 공동으로 제작한 스마트폰 '갤럭시 넥서스'에 대해 애플이 제기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지난 달 26일 태블릿PC 갤럭시탭 10.1에 이어 두 번 연속 애플 특허침해를 이유로 판매금지조치를 당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번 판결로 타격을 입는 쪽은 삼성전자보다 구글이라고 평가했다. 애플의 소송 자체도 삼성전자 보다는 구글을 겨냥한 것이었다는 지적이다.
이번에 특허 침해 판결을 받은 갤럭시 넥서스는 구글이 기획하고 삼성전자가 만든 제품. 작년 10월 새 운용체계인 안드로이드 4.0버전(제품명 아이스크림샌드위치)과 함께 공개된 스마트폰인데, 애플은 이 스마트폰의 사용자환경(UI)이 특허 4건을 침해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문제는 이 UI가 삼성전자가 아닌 구글의 기술이란 점이다. 특허침해소송에 휘말린 4건의 특허는 ▦음성인식을 통한 통합검색 ▦밀어서 잠금해제 ▦문자 입력시 자동 수정 ▦테이터 태핑(문서에 포함된 이메일이나 전화번호를 터치하면 자동으로 연결되는 기술) 등이다. 이 가운데 판매금지의 원인이 된 것은 음성인식 통합검색 기능으로 알려져 있다.
루시 고 판사는 판결문에서 "애플은 음성인식기능 '시리'통합검색 특허가 유효하고 (갤럭시 넥서스에 의해) 침해 당했으며 이 특허가 시리 기능의 핵심이라는 것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구글의 주력인 검색기술이 애플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이번 판결은 삼성전자보다 구글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해당 특허는 구글 기능으로 구글과 긴밀한 협조 하에 공동대응 중에 있다"고 말해 삼성전자 차원에서 대응할 사안이 아님을 밝혔다.
특히 갤럭시 넥서스가 '레퍼런스폰(기준폰)'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구글이 받게 될 타격은 간단치 않을 전망이다. 레퍼런스폰이란 특정 운영체계를 단말기로 만들면서 제조사나 앱을 만드는 업체들에게 기준을 제시하기 위한 제품. 구글의 안드로이드 기능을 보여주기 위한 표본으로 제작한 제품이 판매금지를 당했기 때문에 애플의 특허공세가 자칫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전체로 확대될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애플은 지난달 5일 삼성의 '갤럭시S3'가 갤럭시 넥서스가 침해한 2건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이번 판결과 함께 처리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이번 판결로 애플의 위협에 고스란히 노출된 만큼 '플랜B(대안)'을 준비 해야 할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은 구글이 지난달 27~29일 연례개발자회의에서 선보인 '안드로이드 4.1(젤리빈)'과 태블릿PC '넥서스7'의 확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이번 개발자회의 참가자 5,500여명 전원에게 갤럭시 넥서스를 선물로 제공하기도 했는데, 축제 마지막 날 특허침해판결을 받아 행사가 빛이 바랬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소프트웨어에서 하드웨어를 망라한 애플과 구글의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것은 분명하다"고 전망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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