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새끼(제자)가 돋보이려면 내 새끼한테만 가르쳐야 하는데 모든 사람들에게 제 비법을 공개하는 것이 조금은 꺼려졌죠. 하지만 한국 고(古)건축을 제대로 알려줘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74호이며 궁궐대목장(大木匠)인 신응수(70)씨가 50년 간의 목조건축 노하우를 담은 <대목장 신응수의 목조건축 기법> (눌와 발행)을 냈다. 372쪽에 달하는 책에는 궁궐과 사찰 등을 짓거나 복원하면서 경험한 비법이 사진 600여장과 상세도면 300여장과 함께 실려있다. 대목장>
국내에서 목수가 이런 책을 내는 건 전례가 없었다. 대목장이 자기 기술을 제자에게만 대물림하는 풍토가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오래 전부터 목조건축기법을 정리할 계획이었는데 최근 일고 있는 한옥 붐을 지켜보다가 출간을 서둘러 집필 6년 만에 결실을 봤다"고 했다.
그가 가장 궁궐이나 사찰 등 한국 전통건축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처마다. "추녀, 연목, 선자연, 사래, 선자부연 등으로 구성된 처마를 잘 만들어야 제대로 된 한옥이라고 할 수 있지요. 처마는 한옥의 미적인 면과 구조적인 면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그 동안 나름대로 연구한 처마 작도법을 처음 공개했습니다."
한옥예찬으로 그의 말이 이어졌다. "한옥은 자연친화적이죠. 시멘트 건물은 부수고 나면 폐허가 되지만 한옥은 공해가 하나도 없어요. 한옥을 지을 때 돈이 많이 들고 간수하기 힘들다는 건 편견입니다. 일반 한옥의 큰 결함이 30년에 한 번 지붕공사를 해야 하는 것인데, 기와를 올리기 전에 넣는 적심(톱밥이나 흙, 강회)을 빼면 100년도 넘게 갈 수 있지요."
신 대목장은 스무 살 때인 1962년 부편수였던 이광규 선생 밑에서 서울 숭례문 중수공사를 시작으로 불국사ㆍ수원 화성ㆍ창덕궁ㆍ경복궁ㆍ광화문ㆍ숭례문까지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재와 전통 건축물 복원에 거의 다 참여했다. 현재는 2008년 방화로 타버린 숭례문 복원공사의 도편수(목조 건축의 총감독)로서 복원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글ㆍ사진=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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