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에서 일하지만 골프장 측이 아닌 고객으로부터 보수를 받는 경기보조원(캐디)은 노동자일까, 자영업자일까. 해묵은 난제인데 최근까지도 법원조차 이에 대해 엇갈린 판결을 내놓고 있다. 법적 쟁점은 크게 두 가지. 캐디들에게 노동조합 결성과 파업의 권리가 있는지(노동조합법), 파업 등을 이유로 쫓겨난 캐디는 노동자로서 사측에 부당해고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근로기준법) 여부다.
캐디들에게 노조 결성권과 파업권이 있다고 보는 것이 최근 판결 추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는 지난달 경기 용인시 88컨트리클럽 캐디 노조 등이 중앙노동위원회와 사측을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근로자는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 급료 및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으로 생활하는 자'라는 노조법 2항을 근거로 캐디 피를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으로 해석, 캐디를 노조법상 노동자로 봤다. 캐디는 사측과 근로계약을 맺지 않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볼 수 없지만, 근로기준법보다 노동자의 범위를 더 크게 잡고 있는 노조법상으로는 노동자라는 것이다.
재판부 별로 판단이 갈리는 지점은 근로기준법이다. 그간 일선 법원들은 "캐디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다"라고 판단한 1996년 대법원 판결을 따랐다. 하지만 2009년 수원지법 민사합의9부가 캐디들이 낸 부당징계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하며 "근로계약이 없어도 캐디들이 회사의 지시와 일정한 근무시간, 캐디마스터의 총괄관리 등에 따라 종속적인 근로를 제공하고 있다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라며 대법원과 상반된 해석을 내놨다. 서울고법 행정1부도 지난해 7월 "사측과 사용종속관계 하에 노무에 종사하고 대가로 임금 또는 이에 준하는 수입을 받아 생활하는 캐디는 근로기준법과 노조법상 노동자"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는 지난달 "캐디는 사측이 아닌 골프장 이용객들로부터 캐디 피를 받으므로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다"라고 판단하는 등 법원 내 이견은 여전하다. 캐디 노조의 변호를 맡은 오윤식 변호사는 "일부 재판부는 복잡한 노동분쟁 상황에 대한 판단을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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