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이명박 대통령 임기 종료 8개월여를 앞두고 밀어닥친 대형 '3각 파도'에 휘청거리고 있다.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 저축은행 구명 로비와 관련해 검찰의 소환 통보를 받았고, 여야는 국회를 개원해 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및 은폐 사건을 국정조사하기로 합의했다. 게다가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몰래 국무회의에서 처리한 것에 대한 국민의 공분이 비등하고 있다. 이같은 3각 파도는 그 동안 '종북 논란'을 중심으로 여권에 유리하게 형성된 안보 정국 분위기를 일거에 전환시키고 있다.
청와대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이 전 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다. 검찰은 미래저축은행 김찬경(56·구속기소) 회장이 퇴출 저지 정·관계로비용으로 솔로몬저축은행 임석(50·구속기소) 회장에게 건넨 14억원의 일부가 이 전 의원 쪽으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의원은 비록 피내사자 신분으로 소환 통보를 받았지만 검찰 주변에선 "진술 내용에 따라 얼마든지 피의자 신분으로 바뀔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만사형(兄)통'(모든 일은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을 통하면 된다)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 전 의원은 현 정권에서 실세 중의 실세로 권력을 누려왔다. 그만큼 그에 대해서는 갖가지 인사청탁과 비리 연루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최근 이 대통령의 '멘토'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왕차관'으로 불리는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이 구속된 데 이어 이 전 의원에 대한 검찰 소환이 이뤄지자 청와대 주변에선 "올 것이 왔다, 느낌이 좋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전 의원이 결국 검찰에 소환되는 것은 이번 일이 간단치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한동안 잠잠하던 친인척 비리가 재점화하는 게 아니냐"고 우려했다.
청와대는 새누리당이 민주통합당의 요구를 받아들여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 대해 국정조사하기로 합의한 데 대해서도 긴장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정조사는 성격상 야권의 정치 공세장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한일 정보보호협정은 29일 격앙된 여론에 부딪쳐 결국 체결이 연기됐지만 '청와대 주도설' '청와대 책임론' 등이 지적되면서 이 대통령에게 적지 않은 정치적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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