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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민주주의 불만' 공익보다 자유 미국식 민주주의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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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민주주의 불만' 공익보다 자유 미국식 민주주의의 한계

입력
2012.06.29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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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불만/마이클 샌델 지음ㆍ안규남 옮김/동녘 발행ㆍ552쪽ㆍ2만3000원

'우리의 공공 생활은 불만으로 가득 차 있다. 미국인들은…정부가 옳은 일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도 않는다.'(15쪽) <정의란 무엇인가> 로 전세계에 선풍을 일으켰던 미국의 정치 철학자 마이클 샌델(사진) 하버드대 교수의 민주주의 특강을 담은 책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현대 사회에서 민주주의가 어떤 운명에 처해 있고, 또 어떤 운명을 밟을 것인지를 헌법,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짚어본다. '고물가에 항의하고 있는 인민 대중의 외침이 노동이나 자본의 이기보다도 더 강한 외침이 될 것이다'(300쪽). 월터 리프만이 1910년대에 했던 말이 책에서 증폭된다. 소비자를 노동자나 자본가 이익보다 우위에 놓고 미래의 변동을 예언하는 저자의 시점은 철학자의 것이라기에는 대단히 현실적이다. 샌델이 인기 있는 이유이자 이 책의 매력이다.

그는 현재의 미국을 건국 당초의 이념과 신념이 몰락한 사회로 본다. 공공의 이익보다는 개인의 자유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미국식 자유주의를 비판하기 위해, 미국의 공화주의가 쇠퇴해온 경로를 역사학자 못지 않게 자세히 제시하고 있다. 미국의 초기 공화정 이념은 자본의 논리로 쇠락해왔고, 권력은 대기업 등으로 집중됐다. 정부 역시 의지할 곳이 못 된다. 결국 덕(德)의 정치를 갈구하는, 말하자면 21세기식 공공철학에 대한 역설이다.

정치철학의 주제를 지극히 현실적인 사례와 화법으로 풀어가는 이 책의 접근 방식은 그대로 한국으로 가져와도 무방하다. 기업형 슈퍼마켓, 종교의 자유, 집단 명예 훼손, 애국가 부정 발언 파문 등을 바라볼 샌델 식 관점이 1996년 출간된 이 책에 제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주제로 수많은 청중과 대화하듯 고난도의 담론을 펼치던 그의 강의실 풍경이 떠오른다.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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