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 10명 중 6명 "신청사 디자인 좋지 않다"
"정말 생뚱맞지 않나요?. 우중충한 구관 건물 뒤에 첨단건물을 저렇게 어울리지 않게 짓다니요."
"좀 어색하기는 하지만 새로운 느낌은 있습니다. 건물을 항상 성냥갑처럼 지을 필요는 없잖아요."
지난달 말 서울시 신청사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외관디자인 논란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일부 참신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대부분은 구관 등 주변경관과 신축청사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일보가 시민 314명을 대상으로 신청사에 대해 여론조사를 한 결과도 비슷했다. 건축디자인에 대해 62.3%가 '좋지 않다'와'매우 좋지 않다'등 부정적으로 응답했다. 긍정적인 답변은 16%에 그쳤다. 부정적 인상의 가장 큰 이유(중복답변 허용)로 76.4%가 '구관과 덕수궁 등 주변 문화재와 어울리지 않는 디자인'을 꼽았고, 49.7%가'전면 유리 외벽으로 인한 에너지 낭비'에 대해 우려했다.
이어 구관 건물철거 여부에 대해 응답자 69%가 '보존은 잘한 일이고 설계의 잘못'이라고 답했고, 청사 내 시민공간활용에 대해서는 66.8%가 '당연하고 잘한 일'이라고 봤다. 건축전문가들은 유보적이면서도 약간 부정적인 입장으로 기운다. 기용건축의 김병옥 소장은 "전체적으로 완공이 된 후 내부까지 살펴본 후에야 정확히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공공건축물 측면에서 본다면, 위압감이 느껴져 시민들이 친근하게 느끼기는 어려운 디자인인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건물을 설계한 유걸(72) 아이아크 공동대표는 "신청사가 구관을 압도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원래 의도했던 것"이라며 "처음이라 거부감을 가질 수 있지만 점차 좋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애초부터 구관은 보존가치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신청사를 짓고 보니 더 풍성하게 느껴지는 면도 있다"고 강조했다.
외관뿐 아니라 시민공간 활용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설문에서는 시민활용 공간을 늘리는 계획에 대해 찬성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여전히 신청사 건립 취지에 맞춰 시청기능에 충실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신청사 공간 40%를 시민공간으로 활용할 경우 곳곳에 흩어져서 근무하는 본청 직원 5,000명 가운데 절반도 입주하지 못해 민원인들의 불편과 행정력 낭비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전시공간과 편의시설 등을 둠으로써 포기해야 하는 임대료 10억원에 대한 부담은 시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신청사 설계는 5번에 걸쳐 수정되고 결국 공모를 통해 최종 결정됐지만 그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와 여론수렴이 없었던 것이 문제"라며 "추후 공간 활용에 대해서도 좀더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인선기자 kelly@hk.co.kr
■ '신청사 설계' 유걸 아이아크 공동대표
"대개 도시에서 큰 건물을 지을 때 그것을 '랜드마크'로 삼으려고 합니다. 세계 주요도시의 70%는 바닷가에 있고 주변에 보이는 것이 수평선뿐이어서 상징물이 필요하니까요. 하지만 서울은 상황이 다릅니다. 산을 끼고, 안고 있어 산 자체가 중요한 랜드마크거든요. 서울에서는 랜드마크보다 '랜드플레이스'가 중요합니다. 명소를 만들어야 하는 거죠."
서울시 새 청사를 설계한 유걸(72) 아이아크 공동대표는 29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서울 시청 자체보다 그 앞 서울광장이 더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허물지 않고 남아 있는 옛 청사 일부를 새 시청이 마치 덮치기라도 하는 듯한 디자인은 '랜드플레이스'인 서울광장과 소통하려는 몸짓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그래서 그는 광장이 시청으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 새 시청 전면에 '그린월(수직정원)'을 만들었다. 새 시청 8, 9층의 시민라운지, 다목적홀 등은 광장이 건물 내부로까지 이어진 공간이다.
듣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래도 서울 신청사와 주변 모습을 떠올리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시골로 전학 와 촌스러운 급우들 사이에 끼어 앉은 말끔하고 세련된, 하지만 콧대 높아 보이는 서울 학생 같은 이미지는 새 건물 일반이 주는 생경함일 수 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옛 청사가 너무 초라해졌다. 사라져야 마땅한 천덕꾸러기 신세다. 시민들의 시각적인 불편함도 대부분 이런 부조화에서 오는 느낌일 듯하다.
유 대표는 "긍정이든, 부정이든 의견 표명을 하는 것은 일단 관심을 보이는 것이라고 좋게 받아들인다"며 "사람은 새 것에 대해서는 늘 어느 정도 거부감을 갖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 청사는 형태 자체보다 서울광장과 관계를 갖도록 하는데 더 비중을 두었기 때문에 옛 청사를 압도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원래 의도"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건축은 매 시기 그 시기가 가진 기술과 재료, 사회문화적인 컨텍스트가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그래서 다 다른 것이고 그 다른 것이 모인 '이질성의 공존'이 좋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옛 청사에 대해서는 "보존가치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을 둔 채로 새 청사를 지어 놓고 보니 더 풍성하게 느껴지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신청사 건축은 오세훈 전 시장의 '디자인 서울' 정책의 일환이다. '디자인 서울'에 대해 그는 "몸을 건강하게 하기 보다 화장만 생각한 사업"이라며 비판적이다. "용산의 설계는 서울의 미래를 생각하면 참담하다. 주변에 기여하는 명소로 꾸밀 생각을 하기보다 세계 큰 도시에 가면 어디나 있는 하늘 높이 솟는 빌딩 짓느라고 자원을 쏟아 붓는 것은 아무 의미도 없다." 광화문 광장 같은 경우도 말만 광장이지 사실상 '대로'라며, 조금이라도 이름에 걸 맞으려면 "지금이라도 그곳을 비워 두지 말고 나무든 뭐든 채워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 시민은 없었다… 치장에 눈 멀었던 '디자인 서울'
프랑스 대혁명 200주년을 맞은 1989년, 미테랑 대통령은 자신의 이름을 딴 '미테랑 그랑 프로제'를 진행했다. 루브르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 라 데팡스의 신개선문, 바스티유 오페라하우스 건립과 기차역을 개조한 오르세미술관까지, 현대 파리의 랜드마크가 모두 이때 완성됐다. 이는 프랑스 파리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대표 문화도시로 거듭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야심차게 추진한 '디자인 서울'도 미테랑 그랑 프로제의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관련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디자인 서울'은 오 전 시장이 2006년 취임과 동시에 디자인서울총괄본부를 설치하면서 '창의적인 디자인을 통한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이자는 취지'로 발족됐다. 거리의 간판을 통일하고 걷고 싶은 거리를 조성하는 것부터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건설과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에 이르는 광범위한 사업이었다.
'디자인 서울'은 서울시에 '도시 디자인'의 개념을 끌어 들였다는 점에서 평가 받을 만하다. 동시에 기업 이미지를 통합하는 CI(Corporate Identity)처럼 서울 색채와 서울 서체 개발·보급을 통해 서울시의 고유 이미지 제고를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이런 소기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전시행정에 그쳤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체계적인 준비 없이 도시를 치장하고 보여주기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이경훈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는 "입체적인 3차원 공간의 도시 문제를 평면적인 2차원으로 접근했기 때문에 한계가 분명하다"면서 "거리는 깨끗해졌을지 몰라도, 시민 삶의 변화를 가져올 수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국내 최초의 근대 체육 시설인 동대문운동장을 철거하고, 4,300억원의 세금을 쏟은 'DDP'는 정작 그 안에 담을 콘텐츠조차 명확하지 않았다. 5,900억원이 투자된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는 박원순 시장 출범과 함께 표류하는 실정이고, 광장의 의미를 살리지 못한 광화문광장은 세계 최대의 중앙분리대라는 비난을 받았다. 서울시 신청사 신관 역시 서울시의 역사와 시민들의 의견이 고려되지 않은 디자인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건축전문지 의 한은주 편집장은, 최근의 디자인 흐름은 문화인류학적 관점의 에스노그라피(ethnography·문화기술지)적 리서치가 중요하다고 했다. 사회적 분위기, 라이프스타일, 사용자 경험 등을 조사·연구해 제품을 개발하는 방식이다. 디자인은 일상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기 때문이다. 한 편집장은 이런 맥락에서 "서울시민의 추억과 경험, 서울시의 문화와 역사가 고려되지 않은 도시 디자인이 어떻게 서울시민의 삶을 이해하고 변화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서울시 수장이 바뀌면서 '디자인 서울'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박원순 시장은 취임 후 6개월간 정책에 대한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정책회'를 가졌다. 이를 바탕으로 제안된 내용은 현재 각 부서에서 검토 중이다. '디자인 서울'을 개선·유지하기로 한 박원순 호의 '디자인 서울' 청사진은 10월경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내년 7월 준공되는 DDP를 총괄하는 서울시 디자인정책과 송정재 과장은 DDP에서는 크게 두 가지가 바뀐다고 했다. "일방적인 디자인 전시가 아닌, 시민들이 체험할 수 있는 성격의 전시로 전환되며, 주변에 있는 패션타운 지원 프로그램이 더해진다."
앞으로 '디자인 서울'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전문가들에게 묻자 "도시 디자인은 개개의 건축물이 아닌, 도시적 맥락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도시에 색을 입히는 시각 디자인뿐 아니라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고려하는 총체적인 디자인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또한 도시 디자인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건표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장(전 KAIST 산업디자인학과 교수)은 "환경을 위한 디자인, 생활 속에 스며드는 디자인을 통해 시민들이 디자인에 동참하는 계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이를 통해 "공공 디자인을 즐기는 사람들의 수준도 함께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훈 교수는 현재 서울시와 시민은 도시적 삶과 전원적 삶을 모두 원하는 모순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따라서 도시 디자인에 앞서 도시와 친환경에 대한 재정의를 먼저 제안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도시는 미국 뉴욕이다. 뉴욕시민의 72%가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탄소 배출을 줄인다. 우리는 도시에 녹지공간을 만드는 것이 친환경이라고 생각하지만 걷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것이 진정한 친환경"이라고 역설했다.
이인선기자 kelly@hk.co.kr
■ 시민과 통하다… 개방에 눈을 뜬 서울시 신청사
10월 서울시민들에게 공개될 서울시 신청사에 담긴 핵심 가치는 공공성과 개방성 두 단어로 요약된다. 전체 연면적 9만788㎡ 중 업무용 공간으로 배정된 부지는 2만7,139㎡(30%)에 불과하다. 나머지 공간의 40%가 서울시민을 위한 '서울시민청'과 휴식 공간 등으로 사용된다.
이는 박원순 시장의 시정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당초 서울시 신청사의 입주를 포기하고 매각이나 임대를 통해 시의 채무를 줄이거나 신청사를 통째로'서울시민청'으로 삼아 시민들에게 개방하려던 박 시장의 구상은 내부 반대에 부딪쳐 실현되지 못했다. 대신 업무 공간의 비중을 대폭 줄이고 시민들을 위한 다목적 공간으로 배치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1926년 10월 일제가 총독부 기관지였던 경성일보 사옥을 헐고 건축한 경성부 청사가 86년 만에 서울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서울시 신청사의 핵심 공간 중 하나는 '서울시민청'이다. 서울시가 올해 1월부터 3개월 간의 용역 연구 끝에 기존의 시티갤러리를 전면 수정한 것이다. 지하철 1호선 시청역과 2호선 을지로입구역ㆍ을지로지하상가 등과 연결된 서울시 신청사의 지하 1ㆍ2층 7,842㎡에 자리잡은 서울시민청은 열린 공간을 표방한다. 이를 위해 시민청에는 결혼식 등의 행사를 치를 수 있게 설계된 300㎡ 규모의 '이벤트 홀'을 비롯해 시민 장터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마련된 '시민 플라자' 등이 들어선다.
또 디지털 첨단 기술을 활용해 시민청의 천장 공간에 영상 전시를 할 수 있도록 한 '뜬구름 갤러리'와 벽면에 영상물을 상영할 수 있게 한 '담벼락 미디어', 신청사 과정에서 발굴된 88건의 유물과 석축 등을 전시한 '유구 갤러리'도 들어선다. 이에 대해 안준호 시민소통기획관은 "서울시민청은 서울시민뿐만 아니라 외국 관광객까지 모든 방문객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소통의 공간으로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신청사에는 시민청 외에도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공간이 존재한다. 지상 8ㆍ9층에는 536석 규모의 다목적 홀이 배치됐고 8ㆍ9ㆍ10층의 나머지 공간에는 서울광장을 내려다 보며 시민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전망대 및 휴게실의 기능을 갖춘 '하늘광장'이 948.85㎡ 규모로 자리한다.
한편, 신청사 1층에는 시민들의 민원을 담당하게 될 다산플라자와 장애인복지과가 배치됐다. 2층부터 11층까지의 업무 공간에는 주택정책실, 복지건강실, 여성가족정책실, 도시도시안전실 등 시민들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관련 부서들이 입주한다. 이외 서울시 신청사에 입주하지 못하는 나머지 서울시 본청 기관들은 서소문 별관으로 이전한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시민과 소통하는 측면이 강한 본청 기관들을 우선적으로 배치했다"며 "나머지 부서들이 서소문 별관으로 이주하게 되면 인근 빌딩 등에서 임대료를 내고 사용하던 '청사'가 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신청사 앞에 있는 구관은 장서 20만권을 보유한 '서울도서관'으로 거듭난다. 지하 3ㆍ4층의 서고와 지상 1∼4층의 열람실로 구성된 서울도서관은 서울시내 133개 도서관을 연결하는 허브 도서관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나 서울시 신청사의 이 같은 공간활용이 행정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훈 대진대 행정학과 교수는"시민이 행정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개혁이 더 중요하다"며 "신청사 건립의 당초 목적에 맞춰 시민 공간비율과 사무실 배치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의 또 다른 공무원도 "신청사 건립을 계기로 곳곳에 흩어져 있던 부서들이 한 자리에 모임으로써 행정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다"면서 "설계 당시부터 이점이 반영되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털어놓았다.
김대성 기자
■ 템스강 자갈 닮은 런던시청 vs 고층 위압감 도쿄도청… 조화와 부조화 '극과 극'
세계의 여러 시청 중에서도 현대적이면서 주변 옛 건축물과 잘 조화된 대표적인 건물로 많은 사람들이 런던시청을 꼽는다. 반대로 도심에 48층 높이로 우뚝 솟은 도쿄도청은 건축 20년이 지난 지금도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런던시청이 자리 잡은 곳은 템스 강변이다. 근처에 런던을 대표하는 19세기말 건축물인 타워브리지가 있다. 영국을 대표하는 건축가 노먼 포스터가 강가의 자갈을 보고 착상을 했다는 런던시청은 한 번 보면 절대로 잊히지 않을 것 같은, 단순하지만 기발한 형태로 유명하다. 지상 10층(높이 45m) 건물의 각 층이 올라가면서 조금씩 밀려나도록 설계해 외부에서 보면 기울어진 달걀을 연상케 한다. 건물 한가운데를 틔워 나선형 계단으로 오르내리며 맨 아래층 회의장을 볼 수 있도록 설계했다.
첨단 현대 건축을 지향하면서도 런던시청은 이 도시의 상징과도 같은 템스강 주변 옛 건축이나 경관을 시각적으로 해치지 않는다. 런던시청은 2002년 준공 이후 눈에 익지 않아 이상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단순한 형태가 시각적인 부담을 최소화한데다 기울어진 모양이 참신함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외부 전체를 유리로 만들었고 옛 건축물들과 인접하다는 점에서 유사하지만, 주변과 조화롭지 못한 서울시 신 청사와 대비된다.
도쿄도청사는 일본 경제가 버블의 절정이던 1991년 기존 청사를 대신해 신주쿠에 새로 준공한 건물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건축가 단게 겐조가 설계한 이 건물은 잘 나가던 당시 일본 경제를 빼닮기라도 하듯 높고 거대한 모양(제1청사 48층 243m)으로 화제를 모았다. "국제도시 도쿄의 상징이 될 건물을 지어달라"는 도쿄도의 요구와 약 4만3,000㎡의 대지에 본청사와 회의동, 광장까지 설치해야 하는 공간적인 제약이 낳은 결과다.
도쿄도청을 두고는 건축 당시는 물론이고 지금도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도민에 가장 친근한 공간이어야 할 도청 외관이 주는 위압감, 1청사 외벽 전부를 수입 화강암으로 붙이는 등 공사비가 2조원을 넘어선 '버블' 건축이라는 지적이 계속됐다. 짓고 나서 20년이 지난 지금 빗물이 새는 등 문제가 발생해 3년 전부터 보수 공사를 시작했는데 10년 걸린다는 이 공사에 또 1조원이 넘는 돈이 들어간다. 도쿄도지사가 "짓고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많은 돈을 들여 수리를 해야 하나"고 한탄할 정도다.
하지만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도쿄도청은 그 웅장함 때문에 도쿄의 '명물'이 되어 있다. 미슐랭 관광가이드에 호류지(法隆寺)와 나란히 별 3개를 받을 정도니 해외의 평도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다. 시간이 지나면 서울 신청사도 그런 평가를 받을까.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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