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부터 두 달간 정준양(사진) 포스코 회장이 하늘(비행기)에서 보낸 시간은 100시간이 넘는다. 총 이동거리는 8만여㎞, 지구 두 바퀴나 돈 셈이다. 경제위기를 넘기 위한 글로벌 경영행군이 이어지고 있다.
28일 포스코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달 2일 호주방문 이후 숨가쁜 해외출장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당시 정 회장은 핸콕사 등 다국적 컨소시엄 업체들과 로이힐 광산개발 프로젝트 계약을 마무리 지었다. 이 계약으로 12.5%의 지분을 인수한 포스코는 앞으로 향후 30년 동안 연 700만톤의 고품질 철광석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어 8일엔 중국 베이징으로 날아가 세계 철강업체 대표들을 모아 놓고 포스코가 보유한 기술의 우수성을 소개했다. 이어 ▦독일 지멘스사와 기술 협력 양해각서(MOU) 체결(22일)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아연도금강판공장(CGL) 준공식 참석(28일)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과 포괄적 업무 협약 체결(31일) 등 해외에서 혹은 국내에서 쉼 없는 글로벌 경영행보를 계속했다.
6월 들어 정 회장의 해외 나들이는 한층 잦아졌다. 그는 17~18일 멕시코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담에 앞서 열린 G20 비즈니스 서밋에 참석해 세계굴지의 기업인사들과 경영외교를 벌였다. 이어 멕시코의 대표 철강사 암사를 찾아 철광산 개발 가능성 등을 타진했다. 또 20일에는 중남미 1위 철강기업인 브라질 게르다우의 요한 피터 회장과 만나 경쟁력 공유 방안을 논의했다.
정 회장은 일주일 뒤 베트남 포스코특수강의 공장 착공식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포스코 관계자는 "철강 경기는 갈수록 악화하고 있지만 신흥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확신을 갖고 현지화에 주력한 결과"라고 말했다.
사실 정 회장은 지난 3월 경영 2기에 들어갔지만, 현 경제여건은 살얼음판이다. 조선 등 철강을 원료로 쓰는 주요 수요처의 경기침체로 철강시황 역시 동반 악화하는 상황. 정 회장은 작년 말부터 '위기에 대비한 시나리오'경영을 주문해왔으나, 경제침체 자체를 막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불필요한 자산매각 등을 통해 현금보유를 늘리고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고비를 넘기기 위한 실탄일 뿐이다.
정 회장은 "어려울수록 글로벌 파트너와 교류를 확대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걸 게을리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가 세운 미래비전은 철강을 넘어 종합소재기업으로 발돋움 하는 것. 포스코는 이와 관련, 마그네슘, 리튬 등 비철강 소재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2020년까지 매출액 200조원을 달성한다는 '2020 비전'을 마련한 상태다.
정 회장은 "모든 소재를 공급할 수 있어야 진정한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있다"면서 "위기를 잘 활용하면 뜻밖의 도약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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