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국가에서 거의 유일하게 종신세습의원 제도를 유지하는 영국 상원이 직접선거로 구성되는 선출권력으로 바뀔 전망이다. 1295년 에드워드1세 당시 성직자, 귀족을 주축으로 구성된 모범의회(영국 의회의 모태)가 출범한 지 700년 만에 귀족원(貴族院)이 사라지는 것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27일 하원 연설에서 "영국은 지난 100년간 상원 개혁을 논의해왔는데 지금이야말로 개혁을 이룰 때"라며 상원개혁안을 공식 발의했다. 하원은 여름 휴가가 시작하는 7월 17일 이전에 공개 토론을 해 이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개혁안은 775석인 상원 의석을 450석으로 줄이고 그 중 80%(360석)를 직접선거로 뽑는 것이 골자다. 나머지 90석은 독립위원회 지명으로 선출된다. 영국 상원은 귀족가문 세습 의원 89명, 성직자 26명,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임명직 의원 660명으로 구성된다.
한번 선출되면 평생 의원직을 유지하는 규정도 바뀌어 상원의원 임기가 단임 15년으로 제한된다. 2015년, 2020년, 2025년에 각각 150명씩을 선출해 5년에 한번씩 상원의 3분의 1을 물갈이하겠다는 것이다.
20세기 이후 영국은 상원의 권한을 축소하고 귀족의 의원직 세습을 줄이는 시도를 수 차례 했으나 이번 개혁안은 세습 귀족을 아예 상원에서 몰아내겠다는 것이다. 영국 상원은 법안 제정권 없이 법안을 일부 수정할 수 있는 권한만 갖고 있지만 그마저도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법안에 손 대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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