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이 머리를 깎았지만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28일 LG-KIA전이 열린 잠실구장. 홈팀 LG가 훈련을 마친 뒤 라커룸에 모인 선수들은 단체 '삭발식'을 가졌다. 전날까지 5연패의 부진에 빠져 있던 LG는 주장 이병규가 이날 먼저 삭발을 하고 경기장에 나타났다. 이를 본 선수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직접 머리를 깎기 시작했다.
정성훈이 평소 소지하고 있던 머리 깎는 도구를 이용해 차례차례 삭발 의식에 동참했다. 라커룸이 순식간에 이발소로 변했고, 분위기도 사뭇 숙연했다. 훈련소 시절 동료들의 머리를 손질해 준 경험이 있는 이동현은 자신의 머리를 먼저 밀어버린 뒤'이발병'을 자처하고 나섰다. 스스로 삭발을 감행한 오지환과 윤요섭은 머리카락을 한 올도 남기지 않고 빡빡 밀어 '민 머리'를 만들어 버렸다. 역시 즉석에서 머리를 자른 박용택은 "주장인 (이)병규형이 부진 탈출 의지를 보이며 솔선수범하니 후배들도 당연히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맞선 KIA 선수들도 최근 단체 삭발을 했다. 선동열 KIA 감독은 삭발의 효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경기 전 선 감독은 "(김)상훈이가 지난주 SK와의 3연전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삭발을 제안해 모두 머리를 잘랐더라"면서 "첫 경기는 졌지만 두 번째 게임부터 연승을 하고 있다. 삭발 자체의 효과는 입증된 건 없지만 스스로 알아서 한 의지의 표현이기 때문에 팀 분위기가 살아난 원동력이 아닌가 싶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경기가 시작되자 간간이 헬멧이나 모자를 벗은 두 팀 선수들은 하나 같이 군인처럼 짧은 머리 일색이었다.
그러나 '삭발'의 희비는 엇갈렸다. KIA는 장단 18안타를 몰아쳐 LG 마운드를 초토화하며 13-8로 승리, 5연승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삭발 후 5승1패다. 반면 LG는 이례적인 '라커룸 단체 삭발식'에도 불구하고 연패 숫자를 '6'으로 늘렸다. 6위 KIA는 5연승으로 5위 두산과의 승차를 1경기로 좁힌 반면 6연패에 빠진 LG는 7위로 떨어졌다.
롯데는 파죽의 7연승을 질주하며 단독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롯데는 부산 한화전에서 5-2로 역전승을 거두고 삼성에 패한 2위 SK와 승차를 1.5경기로 벌렸다.
한화 베테랑 박찬호도 부산 11연패를 막지 못했다. 지난해 6월12일부터 부산에서 롯데에 10연패를 당하고 있던 한화는 6회까지 2-2로 맞서며 연패 탈출에 대한 희망을 갖게 했다. 그러나 7회 고비를 넘지 못했다. 7회 롯데 선두타자 전준우의 중월 2루타와 2번 김주찬의 3루수 앞 희생번트로 내준 1사 3루. 한화는 송창식에 이어 세 번째 투수 션헨을 마운드에 올렸지만 3번 손아섭에게 좌익수 앞 1타점 결승타를 내줬다. 이어 4번 강민호에게 좌월 시즌 10호 투런 홈런을 허용하며 역전패를 당했다. 박찬호는 5회까지 3안타 6볼넷 2실점으로 승패 없이 내려왔다.
두산은 목동에서 연장 10회 접전 끝에 넥센을 6-4로, 대구에서는 SK가 삼성에 6-0으로 완승을 거뒀다. 삼성 선발 장원삼은 5이닝 4안타 5삼진 무실점으로 역투, 시즌 9승(3패)째를 올리며 다승 단독 선두로 나섰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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