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자권익위원회 3차 회의가 28일 서울 소공동 한국일보 9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김갑배(독자위원장) 변호사와 심재웅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신종원 서울 YMCA시민중계실장, 오승연 고려대 국제어학원 연구교수 등 4명의 위원들은 본보 지령 2만호 특집기사와 최근 정치적 이슈가 된 종북 관련 보도 등을 놓고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김 변호사는 “지령 2만호 특집기사에서 소설가 황석영씨의 인터뷰가 인상적이었는데, 중도적 입장의 신문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그는 중도지를 표방한 한국일보의 논조와 관련해 “중도는 진보와 보수의 중간 지점이 아니라 이념적인 부분을 벗어나 새로운 것에 관한 시선”이라며 “따라서 중도지는 현상의 옳고 그른 점을 새로운 시각에서 드러내 국민들로 하여금 기사를 보고 판단할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또 “진보와 보수는 기존의 입장을 갖고 찬성과 반대의 목소리를 내면 되지만, 한국일보는 그런 면에서 새롭고 진실된 기사를 추구할 수 있어 현상의 시시비비를 가리는 데 적합하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한국일보가 2만호 특집에서 ‘중도’라는 입장을 내세운 것에 놀랐다”며 “신문의 변화와 방향, 독자 등의 관계를 따져봤을 때 중도를 부각시킨 게 바람직한 것인가는 짚어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도를 앞세우는 신문이 드문 상황이어서 독자들의 이해를 구하는 게 녹록치 않다는 뜻으로 읽힌다.
신 실장도 쓴소리를 잊지 않았다. “뉴스도 상품이다. 독자들로 하여금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하는 게 중요하다. 노골적으로 중도를 드러내기 보다는 중도라는 게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기사도 그에 맞게 일관성 있게 써야 하는 게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매체에서 똑같이 다룬 기사라도 ‘한국일보 기사’라는 인식을 독자들에게 심어줘야 한다는 의미다. 오 교수는 2만호 특집을 주목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일보를 만드는 사람들’에서 정치부 기자의 하루를 엿볼 수 있었던 게 감성적으로 다가와 좋았다”고 평가했다.
정치적 이슈 관련 기사에 대한 평가도 이어졌다. 심 교수는 “통합진보당 경선 부정과 관련해 보수언론들이 ‘종북’이라고 포장하면서 상당한 이슈를 만들어 낸 측면이 있다”며 “한국일보가 이에 따라가지 않고 나름의 목소리를 낸 것은 좋지만, 거시적 차원의 방향성을 제시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신 실장은 “종북 현상을 둘러싼 팩트만 단순하게 소개해선 안 되며, 독자들에게 이에 대한 균형적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심층기사가 요구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 교수도 “단순한 현상 보도는 주목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사건의 원인 및 배경 등을 밀도있게 다뤄야 한국일보가 가려는 중도의 가치를 반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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