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에게 뿌리를 알리는 일은 우리 해외 한인 1세대들의 의무 아닌가요. 이번 차세대 젊은 한인들의 국토대장정은 한국의 이민사에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겁니다.”
유럽 10여개국에 거주하는 차세대 한인 100여명이 다음달 열흘간의 일정으로 국토종단에 나선다. 대부분 버스를 타고 종단을 시도하지만 일부 구간에선 도보도 병행한다. 차세대 한인은 1.5세대와 2, 3세대에 해당하는 만 18세 이상의 젊은이들로, 다음달 5일 전남 해남 땅끝마을을 출발해 15일 경기 파주 임진각까지 대장정을 벌인다. 종단 도중엔 여수엑스포 행사장 국제관에 들러 통역봉사활동도 할 예정이다.
이를 기획한 이는 박종범(55) 유럽한인총연합회 회장이다. 기아자동차 오스트리아 법인장을 거쳐 무역회사인 영산한델스와 연 매출 1조원대의 자동차부품 제조기업 영산그룹을 일군 거상이다.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2012 세계한인회장대회 참석차 25일 고국을 찾았다.
그는 28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해외동포 수는 720만명에 이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과의 심리적 거리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박 회장은 “이번 국토대장정은 자신의 뿌리를 다지는 작업임과 동시에 그 뿌리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박 회장은 해외 한인에 대해 할말이 많은 듯 했다. “한 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세계 각국으로 뻗어나간 한인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있지만, 주류 사회에 진입하고 이민자로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더욱 더 한국인다워야 합니다. 현지 말과 문화에 동화되는 것도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한국인이라는 뿌리를 잊지 않고 한국에 대해 더 많이 아는 게 결국 경쟁력이지요. 어떤 국적을 가졌든 그 사회는 한인들에게서 한국적인 것을 기대할 수밖에 없거든요.” 한국의 기업이 베트남 다문화가정의 자녀 채용할 때 베트남 말과 역사를 모르는 친구는 뽑지 않는 이치와 같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세계가 발전할수록, 관계가 긴밀해질수록 해외 젊은 한인들의 ‘한국인다움’은 더욱 필요한 덕목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만 봐도 그렇습니다. 다양한 인종이 한데 섞여 새로운 사회와 문화를 형성했다고 해서 예전엔 ‘멜팅 팟’, 용광로라고 했어요. 그런데 요즘엔 ‘샐러드’라고 합니다. 한데 마구 섞여 같이 움직이는 것 같지만 개개의 특징들은 고스란히 남아 있거든요.”
지난해 11월 유럽 27개국 한인회 회장들을 대표하는 유럽한인총연합회장을 맡은 박 회장은 차세대 한인들의 경쟁력 강화 활동과 함께 세계 속 한국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뛸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세계 각국에서 이스라엘과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하고 있는 것은 해외 동포 사회를 적극 활용한 덕분입니다. 유럽의 한인회장들 스스로 노력하고 있지만 요청이 있을 땐 또 달려갈 겁니다.”
글ㆍ사진=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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