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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보예 지젝 방한… 경희대·건국대서 강연·토크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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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보예 지젝 방한… 경희대·건국대서 강연·토크콘서트

입력
2012.06.28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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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철학이 필요한 시기다. 알 수 없는 미래를 앞에 둔 전혀 새로운 전환기이기 때문에, 기존 슬로건이나 작품 같은 해답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으며 방향을 제시할 수도 없다. 철학만이 우리를 도울 수 있다."

슬로베니아 출신의 세계적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63)은 '지금, 여기, 철학'을 강조했다. 24일 한국에 들어와 27일 경희대 강연과 28일 건국대 토크콘서트로 대중을 만난 그는 토크콘서트 시작 직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특유의 빠르고 열정적인 말투로 질문에 답했다.

그는 철학(철학자)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로 인사말을 대신했다.

"철학은 우주나 궁극적 진실에 관해 정신 나간 듯한 생각을 하는 활동이 아닙니다. 철학은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누가 더 많은 자유를 원한다고 말할 때 그게 어떤 종류의 자유인지 묻는 거지요. 정치적 자유? 쇼핑의 자유? 섹스 파트너를 고를 자유? 정의를 원한다? 어떤 정의, 누구를 위한 정의를 원하는 거죠? 이런 식으로 질문을 해보면 개인의 믿음이나 신념이란 것이 일관성 없는 것임을 알게 됩니다. 예컨대 오바마 대통령의 의료보험 개혁안에 대해 미국인 60%가 자유의 제한 등을 이유로 반대했지만, 그렇게 답한 사람들이 의료 개혁에 따른 혜택에는 80%가 찬성한다고 했습니다. 이런 것이 일상 생활의 이데올로기죠. 민주주의를 원한다고 한 사람들이 정작 공산주의가 무너지고 민주주의를 갖게 되자 오히려 실망하고 공산주의에 향수를 나타낸 것도 같은 예입니다. 철학자는 오만하게 대중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겸손하게 묻는 사람입니다."

-당신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철학자'로 불린다. 그런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위험하다는 것의 진짜 의미는 무엇인가.

"그런 말도 듣지만 정반대 말, 예컨대 지젝은 정신 나간 광대일 뿐이다, 지젝의 책은 즐거움을 얻기 위해 읽는 것뿐이라는 말도 듣는다. 위험한 철학자다, 광대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내가 하는 일이 쓸모없는 일은 아니구나 하고 생각한다. 내가 하는 일은 어려운 질문을 던져 기존 생각을 뒤흔드는 거다. 정치적 테러, 유대인에 대한 적대, 크메르루주를 지지한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는데, 그건 내 책의 특정 구절을 오독한 것이어서 해명할 필요를 못 느낀다. 다만 사람들이 (나에 대해) 왜 그렇게 폭력적으로 반응하는지 흥미롭기는 하다."

-당신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이혼을 앞두고 있다고 했는데.

"오늘날 전세계 자본주의는 민주주의 없이도 나아가는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 중국이나 싱가포르를 보라. 가장 동적인 자본주의 국가이지만, 민주주의 국가로 볼 수는 없다.오늘날 민주주의는 실제적 내용을 잃어가고 있다. 동성 결혼이나 낙태 허용 같은 문화현상 면에서는 진보적이지만, 최근 유럽 금융 위기에서 보듯, 큰 위기가 닥치면 시간이 없다며 경제 문제는 전문가에 의존하고 있지 않나. 민주주의 없이 자본주의가 기능한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자본주의를 극복할 대안은 무엇인가

"허풍 떨지 않겠다. 지금 상황은 정말 비극적이다. 지금의 자본주의가 지속 불가능하다는건 분명하지만, 명확한 탈출구는 없다. 자본주의 이후 체제가 어떤 형태가 될지도 알 수 없다. 20세기 공산주의도 끝났다. 한때는 우리를 구원해줄 거라고 믿었고, 교육 등에서 좋은 면도 있지만,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가장 역설적인 것은, 오늘날 공산주의가 작동하는 곳은 중국처럼 가장 잔인한 자본주의가 있는 데라는 점이다. 안토니오 그람시가 말했다. '오래된 것은 죽었고, 새로운 것은 아직 안 왔을 때 괴물이 나타난다'고. 예컨대 스탈린주의나 파시즘이 그런 괴물이다. 네그리 등 여러 사상가가 말하는 자본주의 이후 체제를, 나는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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