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60대 부부가 목숨을 끊었다. 당연히 돈 문제를 빗겨갈 수는 없었다. 노령연금 15만원을 수령했다고 하니 하루 5,000원으로 두 사람이 근근 먹고 살았다는 얘기였다. 슬그머니 지갑을 열어봤다. 수북하게 들어찬 영수증 가운데 어제 쓴 것들로만 모아봤다.
차비와 밥값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세전 원가가 123원이라는 4,000원짜리 커피를 네 군데 카페를 돌며 마셨고, 간식으로 편의점 소시지를 5개나 사먹었고, 아 그리고 책이니까 어때 하며 서점에서 벅벅 긁은 카드는 이미 십만 단위를 넘겼으니 이것만 합해도 얼마람.
목숨을 버린 노부부의 사연에 가슴에 뜸뜬 것처럼 뜨거워진 건 그들의 유서를 본 순간이었다. 시작이 그랬다지. "우리는 그동안 무엇을 향해 그토록 억척같이 살아왔는지 모르겠다"라고. 그 첫 줄은 읽자마자 화살표가 되어 내게 꽂혔다. 요즘의 내 화두 또한 그렇듯 삶의 부질없음 언저리를 뱅뱅 돌고 있는 탓이었다.
늦게 발견되는 바람에 대학병원에 원하던 시신 기증도 할 수 없는 노부부, 소리 나는 대로 적어나갔기에 마치 노인들의 나지막한 읊조림처럼 들렸던 글줄 사이에서 나는 노인의 자존심이 고스란히 엿보이던 한 문장을 찾아냈다. "부부가 살면서 빚은 한 푼도 없지만 살아 있는 집 보증금은 삼백 만원 뿐이다." 돈을 만든 우리들이 돈에 어쩌지 못해 스러져가는 나날 속에 있잖아요, 우리 부모에게 안부 전화라도 잊지 말자고요.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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