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대선 후보 경선 룰 논란에 대해 입을 굳게 닫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은 4월 23일 "매번 선수에게 경기 룰을 맞추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도입 반대 입장을 밝힌 이후 27일로 66일째 경선 룰 문제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박 전 위원장은 평소엔 말에 인색하지만, 2009년 세종시 원안 수정 논란 때처럼 정치적으로 필요할 경우엔 말을 아끼지 않았다. 그의 이번 침묵이 의도된 것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박 전 위원장은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이 옳지도 않고 실현 가능성도 없어서 논쟁을 벌일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친박계 의원은 "오픈프라이머리는 정당정치원칙을 훼손하는 데다 선거인단 모집 과정에서의 동원ㆍ금권 선거 및 역(逆)선택 우려 등 실(失)만 많은 제도"라며 "박 전 위원장이 무시 전략을 써서 논의 자체를 막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친박계 인사는 "선수가 룰에 대해 왈가왈부해선 안 된다는 것이 박 전 위원장의 확고한 생각인 만큼 자신이 한마디라도 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보는 것"이라면서 "대선 본선을 생각하면 비박(非朴) 대선주자들과 룰을 놓고 정쟁하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는 생각도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소통 부족'이미지가 생기는 것은 부담이다. 그럼에도 경선 룰 논의를 차단하는 것은 나름의 득실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박 전 위원장이 본선 필승을 위해 전략적으로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논의를 원천 봉쇄하고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박 전 위원장 측은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하더라도 박 전 위원장이 당내 경선에서 비박 진영 주자들을 누르고 후보로 선출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예비 대선' 성격으로 치러지는 오픈프라이머리에 수많은 국민들이 참여할 경우 야권의 후발 주자들이 급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오픈프라이머리는 상대적으로 세가 약한 정치세력과 야권, 진보진영의 주자들을 부상시키는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므로 보수 성향의 여당 유력 주자인 박 전 위원장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여야 대선주자 중 선두를 달리는 박 전 위원장 측은 이 같은 새로운 변수가 생기는 것을 경계할 수밖에 없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당내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패배한 박 전 위원장의 '트라우마'도 오픈프라이머리 변수를 허용하지 않는 배경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한편 친박계인 새누리당 조원진 전략기획본부장은 이날 PBC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전 위원장이 다음주 중에는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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