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이 지도부 선출을 위한 인터넷 투표를 관장하는 서버 장애로 기존 투표 내용이 손실되는 어이없는 악재까지 맞으며 휘청거리고 있다. 비례대표 부정 경선 사태로 신ㆍ구당권파 간 갈등이 고조돼왔던 상황에서 전례 없는 투표 중단 사태까지 벌어지자 당 전체가 깊은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두 계파는 서버 장애를 둘러싸고 책임 공방까지 벌이고 있다.
통합진보당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7일 각 후보 측이 추천한 전문가 등과 함께 사고 원인에 대한 기술검증 회의를 갖고 "최종 투표 결과를 저장하는 투표값의 전 단계 파일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라져 현재 저장돼 있는 투표값이 정확한 것인지 증명하기 어렵다"고 결론내렸다. 투표값에 변화가 있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의미다.
앞서 선관위는 25일부터 시작된 인터넷 투표에서 서버 불안정으로 인해 투표 화면이 넘어가지 않은 문제 등이 지속적으로 발생하자 26일 밤 시스템 점검을 위해 인터넷 투표를 중단했다. 또 당직 선거 출마 후보 측과 함께 시스템을 점검한 결과, 투표 데이터를 저장하는 파일 2개가 사라진 것을 발견했고 이를 복구하기도 어렵다는 것을 확인했다.
정확한 사고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가운데 신ㆍ구당권파는 서로의 책임을 묻는 데만 몰두했다. 서버 관리업체의 잘못인지 아니면 투표 시스템 운영업체의 잘못인지를 두고서 정치적 해석까지 더해져 공방은 가열됐다. 서버 관리업체는 구당권파가 장악했던 옛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당원명부 등을 담은 서버를 관리해온 S사로 최근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하기도 했다. 투표 시스템을 운영하는 업체는 선관위가 이번 당직 선거를 맞아 공개 입찰을 통해 새로 선정한 W사다.
구당권파는 "(신당권파가) 기존 투표 관리 시스템에 대한 불신으로 검증되지 않은 업체와 졸속 계약을 추진해 벌어진 일이다"며 신당권파에 책임을 돌렸다. 반면 신당권파는 "시스템 문제가 아니라 낡은 서버 때문이란 지적이 있으므로 원인을 차분히 규명해야 한다"고 맞섰다. 일각에서는 특정 세력이 불리한 선거 상황을 역전시키기 위해 고의로 장애를 일으킨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지만 그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당 안팎의 중론이다.
사상 초유의 투표 중단 사태로 인해 신당권파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됐다. 지난 비례대표 경선 관리 부실로 화살을 맞았던 구당파권로선 호기를 잡은 듯 파상 공세에 나섰다. 구당권파 김미희 의원은 "당직선거를 관리해야 할 혁신비대위 위원 5명 중 4명이 당대표와 최고위원에 출마해 비극은 예고됐다"며 혁신비대위 총사퇴를 요구했다. 신당권파는 "일단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투표를 정상화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반박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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