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검사님들 많이 오시죠. 검사장도 있고 차장이나 부장도 있고 평검사들도 많이 와요."
검찰 인사가 주로 이뤄지는 매년 2월과 7월. 이맘때면 대검찰청과 서울고검, 서울중앙지검이 모여 있는 서초동 법조타운의 검사들이 남몰래 찾는 곳이 있다. 지하철 2호선 서초역 인근의 한 오피스텔에 자리잡은 점(占)집이다. 이곳은 겉으로는 점집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A연구원'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기 때문이다.
A연구원은 내부 모습도 일반적인 점집과 다르다. 무당화(巫堂畵)나 붉은색 계통의 무속 조형물 등 일반적인 점집 분위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깔끔한 오피스 같은 분위기다.
하지만 주요 고객은 점을 보기 위해 찾는 검사들이라는 게 A연구원 측과 검찰 관계자들의 공통된 말이다. 주요 보직을 둘러싼 경쟁이 유난히 심하고, 1, 2년마다 '수도권 근무냐, 지방 근무냐'로 희비가 갈리는 검찰 인사의 특성상 검사들이 점이라도 보면서 불안감을 달랜다는 것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서초동에 하나밖에 없는 점집인데다 나름 용하다는 입소문이 나서 인사를 앞둔 검사들은 아마도 한 번씩은 가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A연구원 원장은 "단골 손님이 누구냐"고 묻자 "13층"이라고 서슴없이 답했다. 검사장과 1ㆍ2ㆍ3차장검사의 사무실이 있는 서울중앙지검 13층을 가리켜 한 말이다. 그는 "예약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하루에 몇 명이나 오는지 말하긴 어렵다"며 "서초동뿐 아니라 서울 동ㆍ남ㆍ북ㆍ서 지검 검사들도 많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그는 "검사들이 궁금해하는 것 중에는 승진이나 보직뿐만 아니라 재물운도 빠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변호사 개업을 염두에 둔 검사들 이야기다.
최근 이곳을 찾는 '서초동 손님'들이 부쩍 늘었다는 전언이다. 현 정권의 마지막 검찰 인사가 7월에 예정돼 있는데다 검사장 승진과 주요 보직을 놓고 유난히 하마평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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