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몰자니 솔직히 눈치도 보이고 불안하기도 합니다. 파업에 동참하고 싶지만 밀린 빚 때문에…."
4년째 화물차를 운전 중인 최모(35)씨는 화물연대 비조합원이지만 26일부터 운전대에서 손을 놨다. 그는 동생(33)과 돈을 갹출해 산 화물차를 이용해 교대로 물건을 실어 나르면서 매월 250만원 정도 벌고 있지만, 아직도 차량 구입시 낸 빚을 갚지 못했다. 최씨는 "기름값 때문이라도 정부가 표준운임제 요구만은 꼭 들어주길 바란다"면서도 "조합원들이 파업에 참가하지 않는 기사들을 위협하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화물연대 파업이 사흘째 접어들면서 파업 참여 차량이 전날에 비해 줄고 물류피해도 확대되지 않는 등 다소 주춤하는 양상이지만 '노-노 갈등'이 점차 커지고 있다. 화물연대 측은 차량 방송 등 거리 선전전으로 비조합원의 동참을 독려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곳곳에서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다. 27일 경찰청에 따르면 화물연대가 총 파업을 선언한 지난 25일부터 파업과 관련돼 30여 건의 불법행위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형별로 차량파손(15건)이 가장 많았고 폭행과 운행방해 등이 뒤를 이었다.
이날 전남 장성에서는 화물연대 조합원 16명이 오전11시쯤 잔디를 싣던 비조합원 화물차량의 작업을 방해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충북 청원군에서는 낮12시쯤 덤프트럭 3대를 관광버스가 가로막은 뒤 5, 6명의 남성이 계란 수십 개를 던지고 달아나는 사건도 발생했다. 전국건설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이날 경북 경산시에서는 노조원 45명이 오후 3시10분쯤 경산시 사동 B아파트 공사현장 사무소에 들어가 건설노조 총파업 동참과 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컴퓨터와 책상, 유리창 등을 부수고 달아났다가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울산경찰청은 최근 발생한 화물차 연쇄 방화사건의 용의자로 30대 남성 A씨를 26일 부산에서 긴급체포 했으나 증거부족으로 우선 석방하고 보강수사를 벌이고 있다.
파업상황이 확대되지는 않는 분위기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6시 기준 부산항 등 전국 13개 물류거점에서 멈춰선 화물차량은 전체(1만1,188대)의 15.9%인 1,785대로, 전날 같은 시간의 2,848대보다 1,063대 줄었다. 전국 13개 물류거점의 하루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평소(7만296TEU)의 절반에 못 미치는 3만8,803개로 떨어졌으나 컨테이너 장치율은 43.4%로 평상시 수준이었다. 그러나 화물연대의 조직력이 강한 포항지역의 경우 비조합원들까지 대거 파업에 동참하면서 지역 화물차량의 95% 가량이 운행을 중단, 포스코, 현대제철 등 대형 철강업체들의 물류운송에 차질이 빚어졌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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