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쓰던 물건이라고 하면 찜찜해하고, 죽은 사람이 쓰던 거라고 하면 화들짝 놀랐죠. 그런 분위기가 많이 누그러진 상황에서 가게를 맡게 돼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챙겨야 하는 가게가 전국 127개에 달하는 탓에 부담이 있을 법도 한데, 홍명희(65) 아름다운가게 이사장의 목소리는 밝고 가벼웠다. 그는 27일 아름다운가게 제4대 이사장에 선임됐다. 홍 이사장은 이날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요즘엔 가게 문이 열리기 전부터 줄을 서는 곳이 수두룩하다”며 “이런 수요에 부응하고 더 많은 이웃을 돕기 위해 가게 수를 지금의 두 배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름다운가게 창립 멤버로 2002년 가게와 인연 맺은 그는 “지난 10년 동안 아름다운가게는 시민들이 생활 속에서 나눔과 환경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기쁨을 선사했다”며 “앞으로 10년은 한국에서 축적한 가게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외 이웃들도 이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다짐했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의 빈곤과 환경문제를 풀어가는 ‘뷰티풀스토어’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홍 이사장의 이런 구상은 상당히 구체화 됐다. 그는 “기부 받은 물건의 판매 수익금으로 이웃도 돕고 환경도 살리는 아름다운가게가 해외서도 유명세를 타면서 개점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며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연내 해외 1, 2호점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현지 교민이 무료 제공한 공간에 들어설 가게는 해당 지역에서 기부 받은 물건을 판매하며, 수익금은 그 지역의 어려운 이웃에 쓰게 된다.
그는 아름다운가게 해외점 개점 외에도 다양한 사회적 기업 발굴을 통해 해외 이웃들을 돕는데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쓰지 않는 물건을 기부 받아 운영되는 가게 특성상 일정 소득수준 이하의 지역에선 다른 방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공정무역이 대표적인 예다. “네팔 고산지역 커피 생산자들 인건비가 하루 800원에 그치더라고요. 우리는 그걸 3,000원 이상 쳐서 수입한 뒤 가공해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랬더니 그 가정의 아이들이 학교에 갈 수 있게 됐습니다.” 무역의 영역을 커피 외 다른 품목으로도 넓히겠다는 의미다.
금강장학회 이사장으로 장학사업을 펼쳐온 홍 이사장은 2006년부터 아름다운가게 대표를 역임했다. 아름다운가게는 이날 전문경영인 이기대(49)씨를 상임이사로 선임하고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과 김종봉 신부 등을 신임 이사로 선임하는 등 12명의 이사와 2명의 감사로 3기 이사회를 새롭게 구성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